H200 수출 승인으로 中 연산 능력 6배 폭증…미국의 압도적 AI 군사 우위 상실 위기
'군·민 융합' 앞세운 北京의 독자 컴퓨팅 야욕…워싱턴 내부서도 "치명적 자책골" 비판
'군·민 융합' 앞세운 北京의 독자 컴퓨팅 야욕…워싱턴 내부서도 "치명적 자책골" 비판
이미지 확대보기경제적 실리와 안보적 도박 사이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의 이 결정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 균형을 무너뜨리는 기폭제가 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바이든 시대의 엄격한 수출 통제 빗장이 풀리면서 중국은 이전 모델인 H20보다 연산 능력이 약 6배 강력한 H200 프로세서에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인공지능을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동력으로 규정한 중국군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인민해방군의 '지능화 전쟁' 야욕과 컴퓨팅 파워
중국 인민해방군의 내부 문건은 미래 전쟁이 인공지능에 의한 '정밀도와 살상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래 전장에서의 승리가 단순히 더 많은 함대나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적보다 더 빨리 감지하고(Sense), 결정하며(Decide), 타격하는(Strike) 능력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이 과정에는 헤아릴 수 없는 수준의 연산 능력이 필수적이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보안·신기술 센터(CSET)의 연구에 따르면, 이미 중국군 산하 연구소들은 상업적 조달 경로를 통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해 AI 기반 군사 시스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H200이 공식적으로 공급될 경우, 중국군의 자율 무기체계와 사이버 공격 능력은 임계점을 넘어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민간 기술을 군사력에 통합하는 중국의 '군민 융합(Civil-Military Fusion)' 전략하에서 민간용으로 수입된 칩이 전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워싱턴의 엇갈린 시선: 경제적 실리냐 안보적 자책골이냐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 내 보수 진영과 안보 전문가들은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애틀랜틱카운슬(Atlantic Council)은 "결정적인 순간에 중국의 군사 AI 역량을 가속화하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경고했으며, 미국외교협회(CFR)는 이번 조치로 미국의 압도적인 AI 우위가 유의미하게 침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에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를 비롯한 지지 측은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을 자극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차라리 미국 칩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중국을 기술적 영향력 아래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논리를 펼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시진핑 주석과의 합의를 통해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고 25%의 수출관세를 부과하는 등 경제적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연산 능력은 이제 핵무기급의 전략 자산이 되었다. 미국 정부가 의도치 않게 적의 무장을 돕는 '자책골'을 기록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중국군이 인도·태평양의 파고를 높이는 지금, 미국의 기술 리더십은 전례 없는 시험대에 올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