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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큰손’ 스테이트스트리트, 한화가 품은 오스탈에 ‘베팅’… 주가 35% 껑충

한화오션 지분 확대 승인 직후 5.22% 매집… ‘오커스(AUKUS) 연합’ 수익성 확신
美 앨라배마 조선소 보유한 오스탈, 한화오션 MRO 진출의 ‘키맨’ 부상
호주 조선소 오스탈의 주가는 글로벌 국방 지출 증가로 인해 상승했다. 사진=오스탈이미지 확대보기
호주 조선소 오스탈의 주가는 글로벌 국방 지출 증가로 인해 상승했다. 사진=오스탈
미국 월가(Wall Street)를 움직이는 거대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State Street)가 호주 방산 조선업체 오스탈(Austal)의 주요 주주로 등극했다. 이는 한화오션이 오스탈 지분을 19.90%까지 확대하는 당국 승인을 받은 직후 이뤄진 공격적 투자인 만큼, 미국 금융자본이 한국 조선업과 호주 방산의 결합 시너지에 확신을 가졌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해운 전문 매체 트레이드윈즈(TradeWinds)는 지난 16(현지시각) 스테이트스트리트가 자회사를 통해 오스탈 주식 2200만 주 이상을 매입해 의결권 5.22%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한화-오스탈 밀월에 美 자본 유입… 주가 35% 급등


호주증권거래소(ASX)에 따르면 스테이트스트리트는 지난 811일부터 이달 11일까지 4개월에 걸쳐 오스탈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 기간은 한화오션이 오스탈 지분 인수를 위해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와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을 타진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지분 매입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오스탈 주가는 지난 8월 주당 6.33호주달러(6180)에서 최근 8.60호주달러(8390)까지 치솟았다. 4개월 만에 35% 이상 급등한 수치다.

월가 투자 전문가들은 이번 움직임을 단순한 지분 투자가 아닌, 방산 공급망 재편에 따른 구조적 베팅으로 해석한다. 미국이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함정 건조 능력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생산 능력이 검증된 한화오션과 미국 해군 함정 사업권을 가진 오스탈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화그룹은 당초 오스탈 전체 인수를 시도했으나, 호주 정부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난색을 보이자 전략을 수정했다. 경영권 인수 대신 지분 19.90%를 확보해 주요 주주로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미국과 호주 정부가 이를 승인하자마자 미국 기관 투자자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것은 이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방증이다.

美 해군 MRO 시장 진입의 보증수표


금융투자업계는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등장을 한화오션의 미국 방산시장 안착을 알리는 청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CFIUS의 검증을 통과한 데 이어, 유력 금융 자본이 직접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양사 협력 구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혔기 때문이다.
미국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제조 역량과 오스탈의 미국 내 사업권이 결합하면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은 물론 신조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며 스테이트스트리트의 투자는 이러한 오커스 밸류체인의 성장을 선취매한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오스탈 미국 법인(Austal USA)은 앨라배마주 모빌(Mobile)에 대규모 조선소를 운영 중이다. 한화오션이 주요 주주로서 오스탈과 기술 및 생산 협력을 강화할 경우, 외국 건조 선박의 미국 내 운항을 제한하는 존스법(Jones Act)’ 규제를 우회해 사실상 미국 본토에서 군함을 건조하고 정비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전략적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면서, 한화오션이 오커스(AUKUS) 동맹의 핵심 공급망으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 가치를 재평가(Re-rating)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과제도 남았다. 한화오션이 2대 주주(19.90%)로서 오스탈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기존 경영진 및 호주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 또한, 미국 내 방산 기밀 공유(Security Clearance)라는 기술적 장벽을 얼마나 원활하게 넘느냐가 향후 주가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될 전망이다.
1대 주주는 호주의 광산 재벌 앤드류 포레스트가 이끄는 민간 투자회사 '타타랑(Tattarang)'이다. 타타랑은 한화오션의 인수 시도가 가시화되자, 이에 대한 방어 성격으로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집해 왔다. 현재 타타랑의 지분율은 약 19.96%(22%까지 확대 가능성) 수준으로 파악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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