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CEO "중국은 좋은 시장…생산·판매 분리하는 '링펜싱' 전략으로 추가 투자 검토"
HBM용 비도전성 필름 점유율 50% 독주…원재료는 호주·유럽 등 조달 다변화로 리스크 관리
HBM용 비도전성 필름 점유율 50% 독주…원재료는 호주·유럽 등 조달 다변화로 리스크 관리
이미지 확대보기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반도체 소재의 핵심 보루'로 불리는 일본 레조낙 홀딩스(Resonac Holdings Corp.)가 중국 시장을 향한 전략적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첨단 칩 제조의 필수 화학 소재를 공급하는 이 기업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의지를 성장의 기회로 삼아,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동시에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반도체 소재 분야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인 레조낙 홀딩스는 독자적인 칩 산업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야심으로부터 견고한 성장을 기대하고 있으며, 향후 수년간 중국 내 추가 투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카하시 히데히토(Hidehito Takahashi) 레조낙 최고경영자(CEO)는 1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에 울타리를 치고 있다(Ring-fencing)"며 "중국에서 생산하고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중국은 좋은 시장"이라고 밝혔다.
중국 반도체 굴기 속 '생산 거점' 강화 전략
레조낙은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국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 노력에 따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중국 내 생산 능력을 강화해 왔다. 블룸버그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기술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에 최대 700억 달러(약 103조 원)의 국가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카하시 CEO는 현재 중국 내 생산 능력이 당분간 충분한 수준이지만, 상당한 성장이 뒷받침된다면 몇 년 안에 또 다른 라운드의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는 미국의 규제를 의식해 생산과 판매를 중국 내부로 국한하는 '링펜싱' 전략을 통해 사업적 실리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올해 주가가 50% 급등한 레조낙은 미·중 테크 긴장을 관리하는 동시에 급증하는 인공지능(AI) 관련 수요를 포착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SK머티리얼즈와 합작 투자 관계를 맺고 있으며, AI 학습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조에 필수적인 비도전성 필름(NCF) 시장에서 약 5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실리콘 웨이퍼 연마용 슬러리(Slurry)와 에칭 가스 등을 생산하며 TSMC, 인피니온, 그리고 HBM 리더인 SK하이닉스 등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 탈피와 공급망 다각화
레조낙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원재료 조달 측면에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다각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다카하시 CEO는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원재료의 '제2, 제3의 공급원'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슬러리에 사용되는 재료의 대체 공급처로 호주나 유럽의 기업들이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쇼와덴코와 히타치케미컬의 합병을 주도하며 레조낙을 탄생시킨 다카하시 CEO는 일본 소재 부문의 통합을 강력히 추진해 온 인물이다. 일본은 포토레지스트와 마스크 블랭크 등 반도체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재 분야를 장악한 기업들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자체 칩 생태계 조성에 따른 경쟁 심화 우려에 대해 다카하시 CEO는 "레조낙이 활동하는 후공정 소재 시장은 규모가 작고 소재 개발 과정이 매우 지루(tedious)하다"며 "중국은 우선 자체 칩 장비 제조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기에, 현재로서는 이 부문에서 비교적 괜찮다고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