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2163억 달러 기록하며 사상 최초 2000억 달러 돌파…전분기 대비 14.5% '깜짝 성장'
엔비디아·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빅4' 독주 속 비메모리 등 전 업계로 온기 확산
엔비디아·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빅4' 독주 속 비메모리 등 전 업계로 온기 확산
이미지 확대보기11일(현지시각)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2163억 달러(약 318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14.5% 급증한 수치다. 지난 2분기 8% 성장에 이어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단일 분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마의 2000억 달러' 벽을 넘어선 것이다.
계절적 비수기 잊은 'AI·메모리'의 질주
통상적으로 반도체 시장에서 3분기는 계절적 성수기로 분류되지만, 평균 성장률은 7% 남짓에 머물러 왔다. 실제로 이번 분기를 앞두고 업계가 제시한 가이던스(전망치) 역시 전 분기 대비 5% 내외의 완만한 성장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시장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예상치를 두 배 이상 상회하는 14.5%의 성장률은 현재 반도체 시장이 단순한 호황을 넘어 구조적인 '슈퍼 사이클(Super Cycle)'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성장의 엔진은 단연 AI와 메모리다. 하지만 옴디아는 이번 성장의 질(質)이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AI와 메모리가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전 분기보다 훨씬 더 다양한 부문이 성장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반도체 카테고리가 지난 분기의 예측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냈다.
'그들만의 리그' 끝났다…온기 도는 반도체 생태계
2024년은 반도체 시장 매출이 6500억 달러(약 957조 원)를 넘어서며 20% 이상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한 기록적인 해였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에 가까웠다. 성장의 과실이 엔비디아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는 일부 메모리 기업에만 편중됐기 때문이다. 옴디아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엔비디아와 메모리 IC를 제외한 나머지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은 고작 1%에 불과했다. 재고 조정과 수요 부진으로 인해 대다수 팹리스와 파운드리는 혹한기를 보내야 했다.
반면 2025년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옴디아는 올해를 "더 건강하고 광범위한 회복(broad-based recovery)의 해"로 규정했다. 3분기 전체 시장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4% 이상 증가한 가운데, 엔비디아와 메모리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 매출도 9% 이상 성장했다. 이는 특정 기업의 독주가 아닌, 산업 전체의 펀더멘털이 강화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옴디아는 이러한 추세라면 2025년 연간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20% 가까이 증가해 8000억 달러(약 1178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와 메모리를 제외하더라도 시장은 연간 9% 수준의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2025년이 특정 세그먼트의 '나 홀로 성장'에서 '산업 전반의 확장'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빅4'의 지배력 강화…韓 메모리 투톱의 위엄
시장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가운데 최상위 포식자들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3분기 매출 기준 상위 4개 기업은 엔비디아, 그리고 '메모리 삼국지'의 주역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차지했다. 이들 4개 사의 합산 매출은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의 40%를 넘어선다. AI 가속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엔비디아와, 여기에 필수적인 HBM 및 고용량 D램을 공급하는 메모리 3사의 공생 관계가 시장 전체를 견인하고 있는 구조다.
특히 주목할 점은 D램 시장의 변화다. 리노 젱(Lino Jeng) 옴디아 수석 연구원은 "AI 추론(Inference) 워크로드가 확장되면서 HBM뿐만 아니라 범용(Legacy) D램 수요까지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며 "이것이 예외적인 단기 가격 상승 랠리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모델 학습(Training) 단계에서는 HBM이 절대적이지만,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추론 단계로 넘어가면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일반 D램의 수요까지 폭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젱 연구원은 "4분기에는 또다시 역대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이례적인 강세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Editor’s Note]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