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中위협에 필리핀 국방비 6조원 돌파, 韓日 방산 각축전
HD현대 함정·일 미쓰비시 지휘통제 동시 진출…천궁 vs 03식 미사일 경쟁
HD현대 함정·일 미쓰비시 지휘통제 동시 진출…천궁 vs 03식 미사일 경쟁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해군연구소(USNI)와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남중국해 안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필리핀이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방산 수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필리핀 함정 수출 10척 돌파…수빅만 조선소 재가동
USNI는 지난 1일(현지시간) HD현대중공업의 울산 조선소에서 2400톤급 필리핀 원해경비함 2번함 '라자 라칸둘라(BRP Raja Lakandula, PS21)'가 예정보다 앞서 진수됐다고 보도했다. 이 함정은 2022년 필리핀 정부로부터 수주한 6척 중 2번함으로, 지난 6월 진수된 1번함 '라자 솔레이만(BRP Raja Sulayman, PS20)'에 이은 것이다.
필리핀 주한대사관은 보도자료에서 "장거리 및 지속 작전을 위해 설계된 라자 라칸둘라함은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 전역의 밀수, 해적 퇴치, 재난 구호, 장기 순찰을 지원해 필리핀 해상 보안 범위를 크게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정부의 군 현대화 사업인 '호라이즌(Horizon)' 프로젝트에서 2016년 호위함 2척, 2021년 초계함 2척, 2022년 원해경비함 6척 등 총 10척의 함정을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 해군 현대화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으면서 추가 함정 수주는 물론 잠수함 사업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9월 필리핀 수빅만에서 오랫동안 휴면 상태였던 조선소를 재가동하며 필리핀 자회사를 출범시켰다. 회사 측은 필리핀을 동남아시아 함정 건조와 유지보수 지원의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현지 매체 더크로니클은 지난 7월 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 해군에 약 2조 원 규모의 중형 잠수함 2척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미쓰비시전기 지휘통제체계 첫 군사용 수출 추진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일 일본 정부가 필리핀에 미쓰비시전기가 개발한 지휘통제체계를 군사 목적으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시스템은 레이더에 탐지된 타국 항공기와 함정 정보를 수집·분석해 군 부대에 지시를 전달하는 장비로, 일본이 군사 목적으로 지휘통제체계를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 정부는 자위대와 필리핀군의 정보 공유를 용이하게 하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쓰비시전기는 조만간 필리핀 정부와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2023년 미쓰비시전기가 제조한 방공 레이더 시스템을 필리핀에 수출한 바 있다. 이는 일본이 방위 장비 및 기술 이전에 관한 삼원칙에 따라 수출한 최초의 완전 조립 방위 장비였다. 필리핀 정부는 이 레이더 시스템의 운용 능력과 필리핀 시스템과의 상호운용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는 또한 방공용 자위대의 03식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수출 제한 폐지를 논의하는 가운데, 실현된다면 지대공 미사일 같은 살상 무기의 수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남중국해 긴장 고조…필리핀 국방예산 6.4% 증가
필리핀의 적극적인 군 현대화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필리핀 정부는 2025년 국방비로 2561억 페소(약 6조4100억 원)를 배정할 예정이며, 이는 2024년 예산 대비 6.4% 증가한 금액이다.
특히 약 500억 페소(약 1조2500억 원)가 군사 현대화 계획에 배정될 전망이다. 아메나 팡가다만 필리핀 예산부장관은 이번 계획이 필리핀의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이 필리핀 정부 선박을 들이받는 등 충돌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스카버러 암초 부근에서 중국 해경이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발사해 선원 1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6년 국제 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무효라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필리핀 봉봉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달 서울에서 한국의 공격정 프레젠테이션을 참관했으며, 한국과의 방산 협력 확대 의지를 보였다. 필리핀 로미오 브라우너 합참의장은 HD현대중공업 진수식에서 "한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안보 역량과 경제적 가치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일 방산 경쟁 본격화…동남아 시장 주도권 향방 주목
방산업계에서는 일본의 본격적인 방산 수출이 한국 방산업계에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무기 수출 금지 원칙으로 국제 방산시장에서 존재감이 없었지만, 최근 수출 규제를 완화하며 적극적으로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이 필리핀 수출을 추진 중인 03식 지대공 미사일은 한국의 천궁-II와 시장이 겹칠 수 있는 중거리 요격 체계다. 일본은 미국과의 상호접근협정을 확대하고, 자국산 패트리엇 미사일을 미국에 역수출하는 등 국제 방산 공급망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한국 방산업계는 필리핀과의 오랜 협력 관계와 성공적인 함정 납품 실적을 바탕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산 전문가들은 "일본이 기술력과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앞세워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가격 경쟁력과 실전 배치 경험, 기술 이전 등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본과 필리핀은 올해 초 상호접근협정을 발효시켜 양국 군대의 상호 파견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양국 방위장관은 2월 회의에서 일본의 필리핀 방위 장비 수출을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고위급 틀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