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신시장 선점…원통형 배터리 공급 확대
美 ESS 생산라인 전환 가속…4분기 실적 반등 '청신호'
美 ESS 생산라인 전환 가속…4분기 실적 반등 '청신호'
이미지 확대보기삼성SDI는 3분기,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관세 부담과 전기차 수요 감소가 겹치며 예상보다 큰 영업손실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의 우려와 달리 4분기 실적은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공식 설명이다. 김종성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은 최근 열린 콘퍼런스 콜에서 "미국 내 성장 중인 ESS 사업과 유럽의 전기차 수요 반등이 4분기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며, "로봇, AI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 먹거리'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선점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단연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다. 삼성SDI는 이미 복수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사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며, 추가로 여러 잠재 고객사와 공급 협력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박종선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배터리 설치를 위한 내부 공간이 매우 제한적이다"며, "움직임을 지원하기 위해 초소형·급속충전은 물론 고출력과 강력한 내구성을 동시에 제공해야 하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동 공구 시장에서 이미 고출력, 대용량 성능을 입증한 자사의 원통형 배터리를 여러 고객사가 채택했다"고 강조하며, "로봇 배터리에 특화된 초소형·고속충전·내구성 제품을 추가 협력 고객사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봇 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높게 점쳐졌다. 박 부사장은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이 올해 약 2만 대 수준에서 2030년에는 60만 대 이상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면 과제' ESS, 美 생산라인 전환 가속
로봇 시장이 미래 성장 동력이라면, ESS 사업은 당장의 실적을 책임질 핵심 카드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의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반 ESS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으며, 2026년부터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현지 생산도 확대한다. 이를 통해 미국 ESS 시장에서만 연간 3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며, 한국과 유럽을 포함한 세계 총생산능력은 42GWh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 조용휘 ESS 사업 담당 부사장은 "전혀 우려할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조 부사장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은 현재 약 80GWh 규모에서 2030년 130GWh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그는 "현재 수요의 약 30%만이 미국 내 생산으로 충당되고 있다"며 공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 부사장은 "더욱 엄격해진 관세와 규제 요건 때문에 중국산 배터리 사용이 크게 줄었다"는 점을 핵심 변수로 꼽았다. 그는 "배터리 업계가 적극적으로 ESS 생산 능력을 확장하더라도, 현재의 수요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수급 균형은 2030년경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SDI는 이처럼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중국산 배터리 수입 제한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전기차·ESS·로봇 배터리로 이어지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의 구체적인 위기 돌파 전략이 공개되자 시장은 즉각 화답했다. 실적 발표 당일 서울 증시에서 삼성SDI 주가는 장 초반의 손실을 모두 만회하고, 장중 한때 12%까지 급등하며 11월 5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SDI의 이번 전략은 앞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휴머노이드 로봇, AI, 드론, XR 등 신사업 배터리 수요에 한발 앞서 대응하는 동시에, 관련 시장의 기술 개발 경쟁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ESS, 전기차, 로봇 배터리 사업은 미중 관세와 세계 수급 불균형 같은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재 역할을 넘어, 앞으로 실적 반등을 이끌 핵심 포트폴리오로서 그 기반을 한층 다지는 모양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