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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폭스콘, 13.7억 달러 투자…'AI 컴퓨팅' 기업 대전환

가오슝에 4600개 GPU 탑재 'AI 팩토리' 구축… 2026년 완공
'제조' 넘어 'AI 플랫폼' 운영사로…5년 내 '1GW 데이터센터' 비전
글로벌 제조 기업 폭스콘이 13억 7000만 달러를 투자해 AI 컴퓨팅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2026년 대만 가오슝에 들어설 이 'AI 팩토리'에는 4600개 이상의 GPU가 탑재될 예정이다. 제조를 넘어 AI 플랫폼 운영사로 도약하며, 향후 5년 내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제조 기업 폭스콘이 13억 7000만 달러를 투자해 AI 컴퓨팅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2026년 대만 가오슝에 들어설 이 'AI 팩토리'에는 4600개 이상의 GPU가 탑재될 예정이다. 제조를 넘어 AI 플랫폼 운영사로 도약하며, 향후 5년 내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생산(EMS) 기업인 폭스콘이 인공지능(AI) 시대의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한다. 전 세계를 강타한 생성형 AI 열풍 속에서 '제조'라는 기존 정체성을 넘어 'AI 컴퓨팅 플랫폼' 기업으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선언한 것이다.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폭스콘은 28일(현지시각), AI 컴퓨팅 파워 확보와 클라우드 비즈니스 운영 IT 장비 조달을 위해 총 420억 대만 달러(약 13억7000만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폭스콘의 자체 자금을 활용해 AI 컴퓨팅 클러스터와 슈퍼컴퓨팅 센터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기존 클라우드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투자 집행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1년간 집행한다.

폭스콘은 확보된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바탕으로 핵심 사업인 스마트 제조 공정을 고도화하는 한편,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스마트 전기차(EV)와 스마트 시티의 '지능형 3대 플랫폼' 개발을 서두른다는 전략이다. 투자 위치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는 대만 가오슝에 고성능 AI 데이터센터 신축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본다.

이번 결정은 최근 세계적 기업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컴퓨팅 주권' 확보 움직임을 반영한다. 기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고 서비스 지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독자적인 컴퓨팅 파워 구축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5년 12월에 시작해 1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폭스콘의 세계적 AI 컴퓨팅 전략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엔비디아와 손잡고 가오슝에 'AI 팩토리' 구축


투자의 핵심은 대만 남부 가오슝에 들어설 첨단 컴퓨팅 센터다. 폭스콘은 지난 '컴퓨텍스 2024'에서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 계획의 일환으로 가오슝 센터를 건립한다.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대만 내 초대형 'AI 팩토리' 구축과 클라우드 파트너 프로젝트 실행을 포함한다.

이 시설은 엔비디아의 최신예 'GB200 슈퍼칩' 서버를 중심으로 설계한다. 총 64개의 랙(rack)에 4608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집적해 막대한 규모의 AI 연산을 수행한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폭스콘은 AI 서버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로 부상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폭스콘의 투자가 단순한 서버 도입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엔드 GPU 서버는 물론, 막대한 연산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고성능 액체 냉각 시스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에너지 저장 장치(ESS), 나아가 현실 세계를 가상에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합한 최첨단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까지 포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공급망과 연계한 AI 컴퓨팅 자원 임대와 공유 서비스까지 포함할 예정이다.

'제조 파트너'에서 '플랫폼 운영사'로…'컴퓨팅 주권' 확보

이번 투자는 폭스콘이 엔비디아의 단순 공급망 파트너 역할에서 벗어나, AI 컴퓨팅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는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폭스콘은 현재 주력인 스마트 제조 공정과 스마트 EV 사업 부문에서 이미 AI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다. 가오슝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 시티 이니셔티브 역시 다양한 지능형 애플리케이션 구현을 위해 AI 기술에 크게 의존한다.

자체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폭스콘은 AI 모델 훈련, 제조 공정 최적화, 신제품 개발 등 핵심 영역에서 연산 성능을 극대화하고 민감한 데이터 주권을 완벽하게 확보하는 이점을 갖게 된다. 제3자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고, 핵심 기술과 운영 데이터의 기밀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나아가 폭스콘은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도 모색한다. 자체 인프라를 개발할 여력이 없는 중소 공급망 협력사들에게 AI 컴퓨팅 리소스를 제공하는 지원책이 대표적이다. 또한, 특정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현지화된 '컴퓨팅 파워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여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계획이다. 앞으로 산업계, 연구기관과 공공 부문에서도 폭스콘 AI 센터를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폭스콘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AI 컴퓨팅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장기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투자는 폭스콘이 최근 추진해 온 세계적 인프라 확장 기조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AI 인프라 설비 투자, 일본 소프트뱅크와의 데이터센터 장비 생산 협력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업계에서는 폭스콘의 이번 행보가 전 세계 AI 인프라 투자의 상징이 되는 모델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폭스콘은 이미 앞으로 5년 내 1GW(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이라는 대형 확장 비전을 제시했으며, 여기에는 최소 500억 달러(약 71조 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폭스콘이 AI 서버,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스마트시티, EV 영역에서 '자립형·독립형 데이터 인프라 사업자'로서 세계적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폭스콘의 이번 13억 7000만 달러(약 1조 9600억 원) 투자는 위탁 제조 중심의 사업 구조를 '제조'와 '컴퓨팅 파워 플랫폼'이라는 '이중 축' 모델로 혁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AI 서버 공급망의 일원이라는 기존 위치를 넘어, AI 인프라 개발을 이끄는 '주도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AI 컴퓨팅 부문에서 세계 패권 경쟁이 날로 격화되는 가운데, 스마트 제조, 스마트 EV, 스마트 시티 플랫폼을 아우르는 폭스콘의 통합 접근 방식은 산업과 도시 혁신을 위한 AI 활용에 있어 핵심 성공 요인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가치 사슬 전반과 주요 지역 운영에 AI 역량을 깊숙이 내재화하려는 폭스콘의 거대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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