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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中 선박에 연 100억 달러 수수료 폭탄…중국은 한화오션에 보복 제재

미국, 14일부터 중국 선박 톤당 최대 140달러 부과…중국은 한화오션 미 자회사 5곳 제재로 맞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조선업 지배력을 겨냥한 고강도 제재에 나서면서 세계 해운·조선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블룸버그는 21(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관련 선박에 대규모 항만 수수료를 물리는 정책을 시행해 세계 컨테이너 선사들이 연간 100억 달러(143000억 원)에 이르는 비용 부담을 안게 됐다고 보도했다.

1톤 50달러에서 140달러로 3년간 단계 인상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17일 발표한 조치에 따라 지난 14일부터 중국 기업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 그리고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이 미국 항구에 들어올 때 수수료를 물리기 시작했다. 중국 기업 소유 또는 운영 선박의 경우 순톤당 50달러(7만 원)부터 시작해 오는 20284월까지 140달러(20만 원)로 올린다.

중국에서 건조했지만 다른 국적 회사가 운영하는 선박은 순톤당 18달러(2만 원) 또는 컨테이너당 120달러(17만 원) 중 높은 금액을 물리며, 같은 기간 1톤당 33달러(4만 원) 또는 컨테이너당 250달러(35만 원)로 오른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 분석에 따르면 이 수수료 때문에 컨테이너 해운업계가 연간 100억 달러를 부담하게 됐다. 특히 중국 최대 해운사 코스코쉬핑홀딩스는 자회사 오리엔트오버시즈컨테이너라인을 포함해 40억 달러(57200억 원) 이상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스위스 소재 MSC메디터레이니언쉬핑도 중국 선주로부터 빌린 선박이 많아 약 24억 달러(34300억 원)를 부담하게 됐다.

미국은 선박 소유주가 미국에서 건조한 선박을 받으면 같은 톤수나 더 작은 톤수의 중국산 선박에 최대 3년간 수수료를 면제하는 당근책도 내놨다. 또 오는 119일부터 중국산 선박-육상 크레인과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운송 차량 바닥틀(섀시)100% 관세를 매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쇠락한 자국 조선업을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1320억 달러 보조금으로 세계 70% 장악


트럼프 행정부가 이처럼 강한 조치를 취한 배경에는 중국의 압도하는 조선업 지배력이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운항 중인 선박의 33% 이상을 중국에서 건조했으며, 미국 조선소가 건조한 선박은 1% 미만에 그친다.
중국은 앞으로 2~3년 안에 진수할 선박의 67%를 차지하고 있으며, 톤수 기준 신규 수주의 55% 이상이 중국 조선소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조선소들은 재화중량톤수(DWT) 기준 11305만 톤 규모를 새로 수주해 전년보다 58.8% 급증했으며, 세계 시장 점유율 74.1%를 기록했다.

USTR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조선업에 모두 1320억 달러(1887600억 원)를 보조금과 국가 금융 지원으로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직접 보조금과 국영은행의 싼 이자 대출, 지분 투자, 빚 탕감 등이 들어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분석이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들어간 뒤 일련의 5개년 계획을 통해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유조선 건조 능력을 빠르게 키웠다. 상하이는 세계 해운 허브로 바뀌었고, 국가 계획에 따라 조선소들은 싼 값에 철강을 공급받았으며 잘 훈련된 낮은 임금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때 세계 선박의 2/3를 운영했지만, 1980년대 레이건 정부가 연방 보조금을 끊으면서 조선업이 무너졌다.

한화오션 필리조선소, 중국 제재에 850억원 피해 우려


미중 조선업 패권 다툼이 격해지면서 한국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4일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 대상으로 정했다. 제재 대상은 한화쉬핑, 한화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국 제재 때문에 앞으로 1~2년간 필리조선소에만 6000만 달러(858억 원) 이상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추산이 나왔다"고 밝혔다. 중국산 기자재를 받지 못하고 다른 부품 확보가 늦어져 건조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에 대해 "민간 기업의 운영을 간섭하고 미국 조선과 제조업 부활을 위한 한미 협력을 약하게 만들려는 무책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국무부는 "중국의 행동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동맹국과 파트너들과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줄 뿐"이라며 "우리는 한국과 확고히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초 미국 조선업 재건을 뜻하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사업에 1500억 달러(2145000억 원) 규모로 참여하기로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 각료 회의에서 "우리는 조선업을 다시 세울 것"이라며 "우리와 가깝고 조선 실적이 훌륭한 다른 나라에서 선박을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업계, 반사이익 속 복잡한 셈법


업계에서는 미국이 중국 선박에 수수료를 물리는 것이 한국 조선업계에 반사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세계 해운사들이 수수료 부담을 피하려고 중국산 선박 발주를 줄이고 한국 조선소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그리스 선주 에반겔로스 마르나키스의 캐피탈마리타임은 HD현대삼호·HD현대미포와 20척 규모 22000억 원어치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한화오션 제재가 한국 조선업계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자회사 제재로 그치지 않고, 중국이 한국 조선소가 쓰는 중국산 철강판(후판) 수출을 막는 식으로 한국 조선사들을 직접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 조선업이 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미국은 대형 상선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가 5곳이 안 되며, 숙련 노동력 부족과 높은 인건비·자재비 때문에 아시아 조선소와 견주기 어려운 형편이다. 해운업계는 장기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트럼프의 정책이 다음 행정부에서도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는 점도 미국 조선업 부활의 걸림돌로 꼽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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