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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H-1B 비자 수수료 도입, 스타트업·AI 타격 우려…캐나다·유럽엔 기회

아마존·MS·JP모건 등 직원들 미국 출국 자제 권고...백악관 “기존 비자 소지자는 제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H-1B 비자 신규 신청자에게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 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가운데 미국 기술 기업들은 자사의 전 세계 수천 명의 직원들이 새로운 H-1B 비자 요금 부담을 피하도록 긴급 대응에 나섰다.
2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규정이 명확해질 때까지 미국을 떠나지 말고, 현재 해외에 있는 직원들은 주말 이전에 귀국할 것을 권고했다. 신문에 따르면 두 기업은 최근 회계연도 기준으로 각각 1만5000건 이상의 H-1B 비자를 승인받았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도 해당 직원들에게 당분간 미국 밖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고, 골드만삭스는 H-1B 비자 소지자들에게 국제 여행 시 주의를 기울이도록 내부 메모를 전달했다.

혼선이 이어지자, 백악관은 지난 20일 관련 규정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새 수수료는 신규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며 기존 비자 소지자나 갱신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또한, 새 수수료는 다음 비자 심사 사이클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이미 H-1B 비자를 소지하고 현재 해외에 있는 사람들은 미국으로의 재입국 시 10만 달러를 내지 않아도 된다”면서 “비자 소지자는 평소와 동일하게 출입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제시한 연간 수수료 적용 발언과 온도차가 있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백악관 측은 이번 조치가 기업들이 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도록 유도하고, 외국인 채용 기업들에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승인된 H-1B 신청은 약 40만 건으로, 대부분이 기존 비자 갱신이었다.

실리콘밸리는 엔지니어, 과학자, 프로그래머 등 해외 인재 채용을 위해 H-1B 비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해당 非 이민 비자는 회계 법인, 의료 기업 등 전문 산업에서도 널리 활용된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개리 탄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실책”이자 밴쿠버, 토론토 등 해외 기술 허브에 “거대한 선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AI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우리는 창업자들에게 해외에서 일하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작은 기술 기업이 성공하려면 10만 달러짜리 통행료가 아니라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토 소재 나인포인트 파트너스 디지털 자산 그룹의 알렉스 탭스콧 매니징 디렉터는 “미국의 손실이 캐나다의 이익이 될 수 있다”며, 이번 비자 변경으로 캐나다가 글로벌 인재의 선호 목적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 기술 기업 역시 이번 조치가 자국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테크 유니콘 미라클의 아드리안 누센바움 공동 창업자 겸 공동 CEO는 “이번 조치는 유럽 기술기업에 엄청난 기회”라며 “유럽을 고숙련 인재에게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글로벌 채용 능력을 강화하고, 혁신과 경쟁력의 허브로서 유럽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현재 H-1B 비자 수혜자의 다수는 인도 국적자다. 인도 외교부는 이번 비자 변경이 “가족 단위의 혼란으로 인도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 당국이 이러한 혼란을 적절히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와이대 기후학자 데이비드 호는 H-1B 비자 수수료가 과학 연구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블루스카이에 “이번 조치는 미국 과학 분야를 더 위축시킬 것”이라고 게시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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