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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화웨이, 자체 제작 HBM 메모리 공개…엔비디아 AI 칩 독주에 도전

HiBL 1.0·HiZQ 2.0 출시…어센드 신형 프로세서에 탑재 예정
미·중 갈등 속 자급 전략 가속…AI 칩 시장 경쟁 구도 변화 예고
화웨이가 공개한 차세대 AI 프로세서인 '어센드(Ascend)' 시리즈. 사진=화웨이이미지 확대보기
화웨이가 공개한 차세대 AI 프로세서인 '어센드(Ascend)' 시리즈. 사진=화웨이
미국의 고강도 제재 속에서 생존을 넘어 반격을 모색해 온 중국의 거대 기술기업 화웨이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승부수'를 던졌다. AI 연산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자체 개발에 성공하며, 엔비디아가 장악한 AI 칩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미국의 첨단 기술 봉쇄에 맞서 완전한 기술 자립을 이루겠다는 화웨이의 강력한 의지가 드러나는 동시에,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18일(현지시각) 화웨이센트럴의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차세대 칩 기술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체 설계·제작한 HBM 신제품 'HiBL 1.0'과 'HiZQ 2.0'을 공개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로,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AI 가속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요소다. 그동안 미국의 마이크론을 비롯해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해외 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해왔으나,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는 이들 기업으로부터 HBM을 공급받을 길이 막혀 있었다. 화웨이는 정면 돌파를 선택, 자체 기술력으로 난제를 해결하며 AI 칩 개발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AI 성능의 심장, HBM 기술 내재화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데이터 처리량은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고 있으며, 이는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이 데이터 병목 현상을 심화시켰다. HBM은 프로세서 바로 옆에 메모리를 수직으로 배치해 데이터 이동 경로를 최소화하고 대역폭을 극대화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기술이다. 화웨이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HBM 기술은 칩셋의 전체 대역폭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물론, 데이터 이동을 줄여 거대언어모델(LLM) 훈련 및 추론처럼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AI 작업의 전력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물리적으로 밀착시켜 고속 데이터 접근을 실현하고, 병렬 컴퓨팅 성능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 기술의 골자다.

이번에 공개한 화웨이의 HBM은 차세대 AI 프로세서인 '어센드(Ascend)' 시리즈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두 가지 버전으로 나오는 HBM은 각각의 역할에 맞춰 성능을 특화했다.

독자 개발 HBM 'HiBL·HiZQ'…맞춤형 성능으로 승부


먼저 'HiBL 1.0'은 초당 1.6테라바이트(TB/s)의 대역폭과 128기가바이트(GB)의 용량을 자랑한다. 이 메모리는 명년 1분기 출시 예정인 '어센드 950PR' 프로세서에 탑재한다. 특히 저비용 구조를 구현해 추천 알고리즘이나 LLM의 프리필(Pre-fill) 추론 단계처럼 비용 효율성이 중요한 작업에 최적화했다. 화웨이는 HiBL 1.0을 통해 어센드 950PR이 FP8, MXFP8과 같은 저정밀도 데이터 포맷 연산에서 최대 2페타플롭스(PFLOPS, 1초에 1000조 번 연산)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AI 연산의 핵심인 벡터 연산 능력을 강화하고 칩 사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뜻하는 상호연결(interconnection) 성능을 기존보다 2.5배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함께 공개한 'HiZQ 2.0'은 한 단계 더 나아간 성능을 목표로 한다. 초당 4테라바이트(TB/s)라는 압도적인 대역폭과 144기가바이트(GB)의 용량을 지원한다. 이 메모리는 추론(inference) 성능에 특화한 '어센드 950DT' 프로세서와 결합한다. 이를 통해 고속 인퍼런스 디코딩은 물론 대규모 모델 훈련에까지 대응하도록 설계했다. 화웨이는 두 HBM 솔루션으로 키밸류 캐시, 프리필·디코드, 추천 시스템 등 다양한 AI 워크로드의 특성에 맞춰 최적화한 메모리를 제공한다.

화웨이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신기술 공개 이상의 뜻을 지닌다.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하는 촉매제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 때문이다. 자체 HBM을 확보한 화웨이의 어센드 프로세서는 자사의 초대형 클러스터 솔루션인 '아틀라스 슈퍼포드(Atlas SuperPoD)'와 결합해 엔비디아의 플랫폼에 필적하는 수준의 집계 컴퓨팅 파워와 메모리 확장성을 갖췄다.
화웨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6년 이후 '어센드 960', '970' 같은 차세대 칩 계획과 FP4 등 독자 데이터 포맷 지원 계획까지 공개하며 앞으로 기술 독립을 이루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물론 미국의 수출 통제와 제재 때문에 화웨이의 AI 칩과 HBM이 해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당분간 중국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도 화웨이의 '메모리 독립' 선언은 엔비디아가 독점해 온 AI 칩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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