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디올 브랜드 선택으로 美英 관계 표현…노란 드레스로 독자 노선

BBC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패션을 통한 외교 메시지 전달이 이번 국빈방문의 주요 특징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영국 브랜드로 시작, 프랑스 브랜드로 전환
멜라니아 영부인은 지난 16일 영국 도착 때 버버리(Burberry) 트렌치코트를 입어 눈길을 끌었다. 꿀빛 갈색의 발목까지 오는 긴 코트를 입었는데, 버버리만의 독특한 체크무늬 안감이 코트 안쪽에서 살짝 보이도록 했다. 여기에 검은색 선글라스와 검은색 부츠를 함께 신었다.
뉴욕타임스의 수석 패션 평론가 바네사 프리드먼은 "영국산 코트를 입는 것이 많은 영부인들이 해온 옷차림 외교에 참여하는 예"라고 BBC에 말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17일 윈저성 공식 행사에서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Dior)의 회색 정장을 택했다. 눈을 가리는 챙이 넓은 보라색 모자를 함께 썼다.
유명 스타일리스트이자 보그 기고자인 마리안 콰이는 "멜라니아의 모자는 우연이 아니다"라며 "챙이 넓어 얼굴을 가리는 모자는 남편과 그의 정책에 모든 관심이 쏠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콰이는 "디올을 입기로 한 그녀의 결정은 유럽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올은 멜라니아 영부인이 즐겨 입는 패션 브랜드다.

국빈만찬 노란 드레스로 독자 행보
지난 17일 저녁 국빈만찬에서 멜라니아 영부인은 캐롤리나 헤레라(Carolina Herrera)의 어깨끈이 없는 노란색 긴팔 드레스를 입었다. 발목까지 오는 길이에 분홍색 벨트로 포인트를 준 이 드레스는 "고위급 연회에서 볼 수 있는 예상 색깔이 아니었다"고 콰이는 평가했다.
그는 "국빈 복장 규칙에 맞을 수도 있지만, 어깨끈이 없는 드레스는 다소 대담한 편"이라고 말했다. 멜라니아 영부인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뒤 첫 댄스에서도 비슷한 디자인을 입었다.
2019년 트럼프 부부의 지난 국빈방문에서도 전직 모델인 멜라니아는 버버리 같은 브랜드를 고르면서 영국 의류를 입었다. 그러나 유럽 패션 하우스(셀린느와 돌체앤가바나)와 마이클 코어스를 포함한 미국 디자이너 옷도 함께 택했다.

케이트 공주, 영국 전통과 미국 연대 표현
웨일즈 공주는 지난 17일 미국 대통령 부부를 맞으려고 버건디색 에밀리아 윅스테드(Emilia Wickstead) 드레스와 제인 테일러(Jane Taylor)의 모자를 썼다. 깃털 브로치로 전체 모습을 마무리한 케이트 공주의 옷차림은 남편 윌리엄 왕세자의 버건디 넥타이와 색깔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저녁 국빈만찬에서는 영국 디자이너 필리파 레플리(Phillipa Lepley)의 맞춤 드레스를 택했다. 실크 소재 드레스 위에 손으로 수놓은 금색 레이스 코트를 입고, 연인의 매듭 티아라(Lover's Knot Tiara)로 머리를 장식했다.
콰이는 "공식 국빈만찬은 왕족이 티아라를 쓰는 드문 경우"라며 "케이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티아라를 쓰고 있는데,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고 원래는 메리 여왕의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왕실 전문가 빅토리아 머피는 "이것은 정말 눈길을 끄는 드레스이며 이번 국빈방문 주제와 정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는 금색은 캐서린이 많이 입는 색깔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색깔로 드러낸 외교 메시지
79세인 카밀라 여왕은 피오나 클레어(Fiona Clare)의 로열 블루 실크 드레스에 모로코 자수가 놓인 옷과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티아라, 국왕 가문 기사단 훈장을 달고 저녁 연회에 참석했다. 76세인 찰스 국왕은 카밀라 여왕의 자수 드레스와 어울리는 로열 블루 띠로 전체 모습을 마무리했다.
왕실 전문가 머피는 "파란색과 빨간색"이라며 여왕과 캐서린의 옷 선택에 대해 "이것은 미국 국기를 반영하려고 맞춘 외교 복장의 분명한 예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콰이는 "멜라니아와 마찬가지로 이것은 지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며 그녀가 남편과 조국의 정책과 하나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다른 어떤 나라의 이익보다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방문에서 영국 브랜드를 고른 것이 미국 국내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이라고 콰이는 덧붙였다.
한편 79세인 트럼프 대통령은 저녁 행사에서 흰색 넥타이를 매고 정장 차림으로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술을 마시지 않는다"며 "한 번도 술 한 잔을 마셔본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어 국빈만찬에서도 건배 동작을 거절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