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10년 가까이 자체 스마트폰 브랜드인 ‘픽셀’을 판매해왔지만 여전히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WP)트가 2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애플·삼성 양강 구조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스마트폰 구매자의 약 75%가 애플이나 삼성 제품을 선택했다.
나빌라 포팔 IDC 선임연구원은 “이건 공정한 경쟁조차 아니다”며 경쟁이 제한된 구조 때문에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가격 인하와 혁신이 제약받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GM과 토요타가 합쳐도 신차 판매의 31%를 차지하는 데 그쳤는데 스마트폰은 사실상 두 업체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픽셀이 자리 못 잡는 이유
WP에 따르면 픽셀폰은 전문가 리뷰와 사용자 만족도가 높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은퇴한 대학 사서이자 사진 애호가인 셀던 디머는 WP와 인터뷰에서 “픽셀의 사진 품질은 놀라울 정도이며 구글 포토 편집 기능도 뛰어나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순정’ 버전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픽셀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포팔 연구원은 “소비자 상당수가 픽셀을 잘 모르거나 왜 사야 하는지 설득되지 않았다”며 미국의 주요 통신사인 AT&T, 버라이즌, T모바일이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는 점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최근 변화 조짐
가격비교업체 나비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주요 통신사들이 픽셀에 제공하는 보상판매 및 할인 혜택이 삼성 제품과 비슷하거나 더 큰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여전히 가장 큰 혜택은 아이폰 구매 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픽셀 점유율은 5년 전 1%에서 현재 4%까지 올라왔다.
WP는 “픽셀의 부진은 단순히 구글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스마트폰 시장이 지나치게 고착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더 많은 제조사가 경쟁에 참여할 경우 소비자들이 더 나은 성능과 저렴한 가격을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