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이하 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계절 조정과 물가 변동을 반영한 연율 기준으로 3% 증가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는 1분기 0.5% 역성장에 이은 반등이다.
◇ 민간 소비 회복에도 기업 투자·내수 수요는 둔화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소비는 2분기에 1.4% 증가해 1분기보다 회복세를 보였지만 기업 설비와 건물 투자 감소가 이를 상쇄하면서 순수 내수 수요는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내수 수요를 보여주는 지표인 ‘민간 최종 판매’는 2분기 1.2% 증가해 전분기의 1.9%보다 낮아졌다. 이는 2022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베스 앤 보비노 미국 US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은 도로 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느릿느릿 오른쪽 차선으로 주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이 여전히 기업의 투자 결정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 무역통계 착시…실질 내수 성장률과 괴리
2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은 무역수지 개선이다. WSJ에 따르면 순수출이 2분기 GDP 성장률을 약 5%포인트 끌어올렸는데 이는 1947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다. 이는 기업들이 1분기에 관세를 피하기 위해 수입을 대거 앞당긴 영향으로, 2분기 들어 수입이 급감한 데 따른 착시 효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재고 투자는 2분기에 3.2%포인트의 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고금리 여파가 지속되면서 주택 시장은 여전히 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 연준, 금리 동결…물가 압력 여전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같은 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4.25~4.5%로 동결하기로 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수출입 변동성이 통계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전반적인 경제활동 증가세는 상반기 들어 둔화됐다”고 밝혔다.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기준으로 연율 2.5%를 기록했다. 이는 1분기보다 둔화한 수치지만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여전히 웃도는 수준이다.
◇ 소비 위축 조짐…기업 실적도 경고음
미국 대표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은 “미국 소비자들이 저장해둔 재고를 소진하면서 구매를 미루고 매장 방문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일정 수준의 압박을 받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지난 29일 실적 발표에서 밝혔다.
또 다른 소비 관련 기업인 아동복 브랜드 카터스의 리처드 베스텐버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관세 전망이 자주 바뀌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계획 수립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 브랜드 스티브 매든도 이날 2분기 손실 전환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관세 부담이 실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줬다”며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철회했다.
◇ 하반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
미국의 상반기 평균 성장률은 연율 기준 1.2%로 지난해의 2.5%보다 둔화됐다. PNC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거스 포처는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그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면서 “무역 분쟁 지속, 이민 제한으로 인한 노동 공급 축소, 고금리 기조가 하반기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노동부는 다음 달 2일 7월 고용지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WSJ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에 따르면 비농업 신규 고용은 10만 명 수준으로 지난달(14만7000명)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