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바이비트 거래소 15억 달러 도난이 결정타...김정은 핵무기 자금 조달 의혹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전체 피해액의 70%에 해당하는 16억 달러(약 2조 1800억 원)를 북한과 연결된 해커 그룹이 훔쳐간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TRM 랩스는 "북한이 암호화폐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국가 위협 행위자 자리를 굳혔다"며 "절도는 국가 운영의 중요한 도구 노릇을 한다"고 밝혔다.
◇ 바이비트 거래소 해킹, 올해 최대 피해 사건
올해 상반기 암호화폐 해킹 피해가 급증한 주요 원인은 지난 2월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비트에서 일어난 대규모 도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관련 자산 15억 달러(약 2조 원) 어치를 훔쳐갔다.
다중 서명 지갑 제공업체인 세이프는 이번 강도 사건이 망가진 개발자 노트북에서 비롯됐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지난 2월 4일 고위급 세이프 개발자의 워크스테이션이 악성 도커 프로젝트와 상호 작용하면서 망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당국과 TRM 랩스 모두 이 사건의 배후로 북한 해커들을 꼽았다.
TRM 랩스는 "2025년 2월 바이비트 침해는 평균 해킹 규모를 키우고 국가별 사이버 범죄의 전략 사용을 두드러지게 하면서 올해의 이야기를 바꿔놓았다"고 살펴봤다.
◇ 핵개발 자금 조달 목표로 해킹 무기화
미국 당국은 강력한 제재를 받는 북한 정부가 해커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훔치고 핵 프로그램 자금을 조달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실제로 주요 암호화폐 해킹 사건들이 북한으로 연결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최근 성명에서 평양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려고 디지털 자산을 세탁한 혐의로 루 화잉과 장 지안 두 명을 제재했다고 발표했다.
TRM 랩스는 암호화폐 해킹이 점점 더 "돈 때문이라기보다는 상징이나 전략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는 암호화폐 범죄가 무기화되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가리켰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손실의 80%가 해커들이 암호화폐 접근 열쇠를 훔쳐 전산망을 공격한 탓에 일어났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공격 패턴의 변화가 암호화폐 보안 체계 전반을 다시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가 차원의 조직 해킹이 개인이나 기업 단위의 범죄를 넘어서는 양상을 보이면서, 국제 공조와 대응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많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