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분쟁 격화로 중동 안보 불안 고조…한국산 무기 수요 급증
신속한 납품·맞춤 제작·가격 경쟁력 앞세워 중동 시장 공략 가속화
신속한 납품·맞춤 제작·가격 경쟁력 앞세워 중동 시장 공략 가속화

이스라엘-이란 분쟁이 격화하면서 중동 국가들이 국방력 강화를 위해 한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미러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전투기, 잠수함, 미사일 시스템, 헬리콥터 같은 최첨단 무기 체계 도입에 적극 나서면서 K-방산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는 한국 무기가 신속하게 납품되고 현지 상황에 맞춰 제작될 수 있으며, 경쟁력 있는 가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 중동, 한국산 무기 도입 협상 속도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 국가들은 고조되는 역내 지정학적 불안정 속에 한국 방산업체들과 무기 도입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이 현대적인 방어 시스템을 빠르게 공급하고, 현지 요구에 맞춰 만들 수 있으며, 미국이나 유럽 공급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산 업계에 따르면 KF-21 차세대 전투기,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 천궁-II 중고도 요격 미사일, KUH-1 수리온 다목적 헬리콥터 등 한국산 주요 무기 체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이는 중동 국가들이 전통적으로 미국과 러시아 무기에만 의존했던 데서 벗어나 중국, 유럽, 그리고 한국 등 다양한 공급처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변화의 하나로 풀이된다.
한국산 무기 시스템은 이미 눈에 띄는 수출 성과를 거뒀다. 천궁-II 방공 시스템은 지난 3년 동안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와 모두 12조1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추가 계약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해군 및 항공 자산에 대한 중동 국가들의 관심도 뜨겁다. 2025년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는 파이살 알-가리비(Faisal al-Gharibi) 사우디 해군 참모총장이 한화오션 부스를 찾아 3,600톤급 장보고-III 잠수함을 자세히 살폈다. 그의 대표단은 HD현대의 6,500톤급 호위함 모델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UAE는 KF-21 전투기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뜻을 밝혔다. 라시드 알 샴시(Rashid Al Shamsi) UAE 공군 방공사령관은 지난 4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시설을 방문했으며, 아잔 A. 알 누아이미(Azzan A. Ali Al Nuaimi) 준장은 KF-21 시제품에 직접 앉아보기도 했다.
KAI는 이미 이라크에 수리온 헬리콥터 2대를 납품했으며, 중동 지역으로의 추가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특히 중동 국가들로부터 전투기와 헬리콥터에 대한 방문 및 문의가 급증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들에 대한 맞춤 전략에 집중해 최종 수출 계약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 무기 정책 변화도 K-방산 수요에 영향
(사)한국방위산업학회 채우석 회장은 수요 증가의 바탕에 "긴급한 안보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시스템이 신속한 배치와 향상된 억지력을 필요로 하는 국가에 알맞다고 강조했다. 채 회장은 "지정학적 위험이 높은 지역에 빠르게 인도될 수 있는 K-방산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군력을 강화하고 방공망을 구축하는 무기 체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 무기 대신 한국산 무기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미국이 이스라엘의 '질적 군사 우위'를 유지하려는 정책을 꼽는다. 중동에 판매되는 모든 무기가 이스라엘이 가진 비슷한 무기보다 성능 면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전 임기 당시, 미국은 UAE에 F-35 전투기 판매를 승인했으나, 이후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절차를 재검토하며 지연시키자 UAE는 협상에서 철회한 바 있다. 이처럼 중동 국가들이 자국 안보에 가장 알맞은 무기 획득을 위해 공급처를 다양화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