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달러 순매도 포지션 증가...'세출·세제 통합 법안' 주목

달러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광범위한 상호관세 부과에서 한발 물러선 뒤 이번 주 반등했지만,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한 비관론을 되돌리지는 못하면서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하락했다.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월간 약 0.6%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미국이 추진 중인 세출·세제 통합 법안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미국이 ‘차별적’이라고 간주하는 조세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의 개인과 기업이 미국 내에서 받은 이자와 배당 소득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엘리아스 하다드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현재의 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급증하는 미국의 부채를 외국 자본에 의존해 조달해야 하는 시점에 외국인들의 미국 자산 투자 유입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이는 분명 달러화에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법안은 미국 상원 통과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공화당 내부의 지지가 강한 만큼 통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주 멜버른 소재 페퍼스톤 그룹의 마이클 브라운 전략가는 "이미 미국 국채가 투자자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자산이 아닌 상황에서 불리한 세제 적용까지 거론된다면, 투자를 꺼릴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대상에는 국부펀드, 연기금 및 정부 기관을 포함한 기관 투자자와 미국 자산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 및 기업들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의 장기 금리 상승 압박이 커지고 달러화 가치를 추가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BN암로의 로지에 크베드블리흐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새로운 해외 수요를 제한함으로써 당연히 달러화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들은 계속해서 달러 약세에 대한 베팅을 확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인용해 헤지펀드 등 투기적 거래자들이 지난 27일까지 한 주간 달러화 하락에 베팅하는 순매도 포지션을 133억 달러로 늘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직전 한 주 동안의 124억 달러보다 더 증가한 수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무역 정책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계속해서 달러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추진해 온 관세 정책의 합법성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현재 진행되면서 정책 불확실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중국이 미국과의 관세 완화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중국과의 긴장을 다시 고조시켰다. 이 여파로 달러화는 이날 일시적으로 반등했다. 주말을 앞둔 차익실현 수요도 가세하면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0.17% 상승한 99.38에 주간 거래를 마무리했다.
시장은 다음 주 발표될 미국의 5월 고용보고서 등 주요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HSBC 홀딩스의 폴 매켈 글로벌 외환 리서치 책임자는 "이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달러화의 약세 흐름이 다시 본격화할지 여부"라면서 "이를 좌우할 핵심 요인은 결국 미국 경제 흐름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