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수, 99선에 턱걸이...주간 낙폭 1.5%에 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수입품에 대해 6월 1일부터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미국 외에서 제조된 애플 아이폰에 대해서도 25%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애플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3% 하락했고, 미국의 3대 주요 주가지수도 약세를 보였다. 유럽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0.86% 하락하며 간신히 99선을 지켜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74% 오른 1.1364달러를 기록했고, 달러화는 엔화 대비 1.01% 하락한 142.57엔으로 고꾸라졌다.
이번 주 달러화는 1.5% 하락해, 4월 중순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달러 지수는 연초 이후 7% 넘게 하락하면서 지난 2023년 이후 근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재개되며 신흥국 통화는 6주째 상승세를 구가했다.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며 한국 원화도 뉴욕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1.12% 오른 1365원대에 거래를 마쳤다.
브라질 헤알화도 상승하며 중남미 통화의 오름세를 주도했다.
안전자산 선호 움직임이 다시 강화되자 유럽과 미국의 국채 수익률은 하락(채권 가격 상승)했다.
지난달 3500달러를 돌파하며 초강세 행진을 펼친 뒤 최근 조정받던 금값도 다시 상승 모멘텀을 확보했다. 금 현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2.14% 오른 3364.74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유럽연합(EU)은 본질적으로 미국을 무역에서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며, 협상하기 매우 어려운 상대"라고 주장했다.
그는 "EU와의 논의가 아무것도 진전되지 않고 있다"면서 다음 달부터 EU로부터의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는 또한 애플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을 현지에서 제조하지 않을 경우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주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미국 하원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안을 간신히 통과시킨 점도 전반적인 달러 매도 심리를 뒷받침했다.
웨스트포트에 본사를 둔 웰스파이어 어드바이저스의 올리버 퍼슈 수석 부사장은 로이터에 "관세가 다시 시장의 중심 이슈로 떠올랐다"며 "아이폰과 애플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시장의 예상 밖이었다. 당초 면제 가능성이 있었던 만큼 시장은 이 사안을 EU 뉴스보다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뉴욕 웰스파고의 아룹 채터지 전략가는 "EU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는 정책 및 경제적 불확실성 증가와 함께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재차 촉발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지난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거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고율 관세 가운데 대부분의 조치를 일시 유예한 상태다. 다만 대부분의 수입품에 대해 10%의 기본 관세는 유지했고, 중국산 제품에 부과됐던 최대 145%의 초고율 관세는 30%로 낮췄다.
이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불룸버그 TV에 출연해 향후 몇 주 안에 여러 대규모 무역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달러 약세는 좀처럼 되돌려지지 못했다. 그는 또한 최근의 환율 움직임이 달러화의 하락보다는 다른 통화의 절상에 의해 더 많이 주도됐다고 지적했다.
모넥스의 헬렌 기븐 외환 트레이더는 블룸버그에 "오늘 베선트의 발언은 달러에 아무런 호재가 되지 못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약세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추측을 시장에 심어줬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