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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 트럼프發 무역전쟁 우려 속 '고공행진'

H마트, '기생충' 짜파게티·BTS 불닭 등 K푸드 열풍 주도
소비자 발길 사로잡는 '힙한' 아시아 식료품 천국
43년의 역사를 가진 H마트는 미국 최대 특수 식료품점으로 성장, K-드라마·K-팝 등의 열풍을 타고 문화적 영향력도 키워가고 있다. 사진=H마트이미지 확대보기
43년의 역사를 가진 H마트는 미국 최대 특수 식료품점으로 성장, K-드라마·K-팝 등의 열풍을 타고 문화적 영향력도 키워가고 있다. 사진=H마트

미국발 무역전쟁 우려가 다시금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도 K푸드 열풍을 선도하는 H마트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게티부터 BTS의 인기를 업은 불닭볶음면까지, H마트는 K컬처와 결합한 히트 상품을 앞세워 젊은 소비자층에게 '힙한' 아시아 식료품 성지로 자리매김하며 발길을 끌고 있다고 패스트컴퍼니는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4월 어느 주말, 데이터 컨설턴트 셰인 케슬러(Shane Kessler) 씨는 맨해튼 K타운 H마트에서 한국의 납작한 크루아상인 '크룽지'를 찾고 있었다. 그의 장바구니에는 한국산 아이스크림 메로나와 일본 간장이 담겨 있었다. 그는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을 우려하며 "간장을 비축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번 달 주말마다 H마트에 왔다"고 말했다.

패스트컴퍼니는 'H마트의 역설'이라는 기사를 통해 케슬러 씨의 사례는 미국 내 아시아 식료품 소비 증가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분석 회사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아시아 식료품 매출은 전체 식료품 매출보다 거의 4배 빠르게 늘었고, 연구 회사 IBIS월드(IBISWorld)는 그 규모가 550억 달러(약 75조7350억 원)를 넘었다고 밝혔다. 농심 짜파게티나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같은 인기 상품 덕분에 한국 라면 수출액도 지난해 1억 달러(약 1377억 원)를 넘어섰다.

◇ 한류 업고 미국 시장 장악한 H마트


이런 성장의 중심에는 H마트가 자리한다. 43년 역사의 이 한국 식료품 체인은 아시아 전역의 수천 개 브랜드를 판매한다. 1982년 뉴욕 퀸스에서 시작한 H마트는 미국 최대 특수 식료품점으로 성장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H마트는 12개 주 77개 매장에서 16개 주 약 100개 매장으로 확장했으며, 캐나다와 런던에도 진출해 해마다 20억 달러(약 2조7540억 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H마트의 문화적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최근 뉴욕에서는 넷플릭스와 협력해 '오징어 게임' 관련 행사를 열기도 했다. K-드라마, K-팝 등 한류와 데이비드 장(David Chang), 로이 최(Roy Choi) 같은 유명 요리사들의 활동이 H마트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음악가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의 2021년 회고록 '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는 H마트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H마트 고객의 약 3분의 1이 비아시아인이라는 점은 초기 한국어 이름 '한아름'만 사용하던 때와 비교해 큰 변화다.

◇ 관세의 영향 가능성


H마트의 성장세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촉발된 무역 전쟁 가능성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60% 이상의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아시아 식품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아시아 식료품 의존도가 높은 H마트 같은 기업은 이러한 관세 정책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채드 바운(Chad Bown) 선임 연구원은 "이러한 관세는 소비자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수입업체들은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H마트에서 판매되는 많은 상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H마트는 과거 미·중 무역 갈등으로 관세가 부과되면서 일부 중국산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자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한 경험이 있다.

◇ 관세 파고 넘는 H마트의 7가지 경쟁력

여러 전문가는 H마트가 잠재적인 무역 전쟁의 영향을 극복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 최대 아시아 슈퍼마켓 체인인 H마트는 경제적 압박을 견딜 여러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첫째, H마트는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했다. 수십 년간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의 주요 식료품 공급처였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고객층으로 지지 기반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충성도는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을 일부 상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H마트 고객의 약 3분의 1이 비아시아계라는 점은 아시아 음식이 미국 주류 문화로 확산했음을 보여준다. K-팝, K-드라마, 유명 요리사 등 한류의 영향으로 H마트 매출은 미국 전체 식료품 시장 성장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둘째, H마트는 공급망 다변화에 투자해왔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베트남, 태국,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부터의 상품 조달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를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관세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 H마트는 아시아 전역의 수천 개 브랜드를 취급하며, 공급처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공급업체와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 18개 주에 1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체인으로서, 소규모 경쟁업체보다 강력한 구매력과 물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셋째, H마트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상품은 일반적으로 일반 브랜드 상품보다 가격이 낮아 H마트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넷째, 아시아 음식에 대한 미국 내 수요 자체가 견고하다. 아시아 식료품 시장은 미국 전체 식료품 시장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러한 기본적인 시장 수요는 H마트가 관세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긍정적인 요소다.

다섯째, 상품 구성과 운영의 유연성이 높다. 관세로 인해 쌀, 소스, 과자 등 일부 수입품 가격이 오르더라도, H마트는 수입품과 미국 내 생산품을 혼합 판매하며 대체 상품을 용이하게 제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쌀 품종 가격이 오르면, 고객과 식당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른 품종으로 전환할 수 있다.

여섯째, 디지털 전환과 서비스 확장에 적극적이다. H마트는 전자상거래, 배달 서비스, 현대식 푸드코트 등에 투자하여 고객 충성도와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통합 온라인 플랫폼 구축과 우버(Uber) 등과의 배달 제휴 확대로 가격 인상 요인 발생 시에도 고객의 지속적인 이용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일곱째, 지역 공동체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한다. H마트는 아시아계 미국인뿐 아니라 다양한 고객층에게 문화적 공간을 제공하며, 단순한 식료품점을 넘어 푸드코트 운영, 공동체 행사 개최 등으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격 변동에도 고객 충성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브라만냔 라메시(Subramanian Rameses) 국제 비즈니스 교수는 "H마트는 틈새시장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주류 시장의 중요한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문화적 흐름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것이 경제적 어려움에 대처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관세 영향과 소비자 반응


관세 부과 시 일부 소비자는 미리 상품을 구매하거나 가격 인상을 우려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바꾸거나 구매 습관을 조정하며 적응할 것으로 본다. 많은 소비자에게 H마트는 여전히 독특하고 정통성 있는 아시아 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주요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경제학자 낸시 치엔(Nancy Qian)은 "가정, 식당, 개인 모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적응하며 식품을 대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향후 전망


H마트가 직면한 도전 과제는 분명 존재한다. 관세는 비용 부담을 늘리고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H마트의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 다변화된 공급망, 성장하는 시장 수요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케슬러 씨와 같은 소비자는 상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H마트가 제공하는 고유한 상품과 경험 때문에 계속 방문할 의사를 보였다. 그는 "가격이 다소 오르더라도 여기서만 살 수 있는 것들이 있다. H마트는 단순한 식료품점 이상이며 문화 체험의 일부"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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