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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상장사 경영진 10명 중 9명 “이사 교체 필요”…이사회 구성 불만 확산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오피스 빌딩 내 회의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오피스 빌딩 내 회의실. 사진=로이터
미국 상장사 경영진 사이에서 이사회 구성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대다수 임원들은 일부 이사들이 고령이거나 지나치게 많은 기업에서 겸직하고 있어 역할 수행이 미흡하다고 지적했고 이사진이 전문성을 앞세워 일선 경영에까지 개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민간 연구기관 컨퍼런스보드가 공동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상장사 고위 임원 5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자사 이사회 구성원 중 최소 1명은 교체돼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2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수치는 해당 조사가 시작된 지난 5년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78%는 “2명 이상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 사이에 진행됐으며 대상은 미국 내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재무책임자(CFO), 최고인사책임자(CHRO) 등을 포함한 고위 임원급 인사들이었다.

경영진이 지적한 문제 중 가장 두드러진 항목은 이사들의 고령화였다.

응답자의 56%가 이사들의 ‘나이’를 우려 요소로 꼽았고 47%는 ‘너무 많은 기업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미국 내 상장사 이사 중에는 여러 기업 이사직을 동시에 맡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사회의 전문성과 역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경영진은 32%에 불과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이사회가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2%는 “이사회가 중간 관리자 채용이나 특정 공급업체 선정 등 일상적인 경영 결정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조사 때의 16%에 비해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개입은 이사회가 기본적으로 ‘경영진의 감독자’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통상적인 거버넌스 원칙을 넘어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PwC는 최근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 사이버보안, 기후 대응, 인적자원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을 이사로 선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성을 앞세운 이사들이 실무에도 지나치게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부 경영진은 이사회의 역할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PwC 거버넌스 인사이트 센터의 레이 가르시아 책임자는 “오늘날처럼 변화가 빠른 경영 환경에서는 단지 ‘충분히 괜찮다’는 평가로는 부족하다”며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사로 합류하면서 실제 경영에 더 깊이 관여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사회의 전반적인 성과에 대한 평가는 다소 개선됐다. ‘우리 이사회가 좋은 또는 매우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한 경영진은 35%로 전년 대비 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이사회 구성에 대한 불만과 실질적 개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일정 부분 개선된 평가가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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