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딥시크 AI 기술 붐으로 급등한 中 주식 차익 실현... 美 에너지·인프라로 자금 이동
투자자들 안전자산 선호 뚜렷... 버크셔 은행주 정리, 브리지워터 금 ETF 매수
투자자들 안전자산 선호 뚜렷... 버크셔 은행주 정리, 브리지워터 금 ETF 매수

닛케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12월 말과 비교해 2025년 3월 말 기준으로 주요 투자자들의 중국 관련 주식 매도 추세가 두드러졌다. 데이비드 테퍼가 이끄는 애팔루사는 바이두 미국예탁증권(ADR)을 거의 절반으로 줄였으며, PDD 홀딩스, JD.com,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의 지분도 각각 약 20% 감소시켰다.
소로스 가문이 운영하는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는 JD.com 주식 보유 지분의 90% 이상을 매각했으며, 관련 풋옵션도 처분했다. 양적 투자로 유명한 투 시그마 인베스트먼트도 PDD 주식을 완전히 처분했다.
이번 분석 대상이 된 2025년 1~3월 분기는 중국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크게 높아진 시기였다. 특히 중국 인공지능 개발업체 딥시크(DeepSeek)가 미국 경쟁사들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고성능 AI를 개발하는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하면서 해당 분야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흔들었다.
딥시크의 부상은 중국 정부의 AI 정책 태도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알리바바 금융 자회사 앤트 그룹의 상장을 막는 등 혁신 기업에 제동을 걸었던 중국 정부가 딥시크 이후 입장을 바꾼 것으로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긍정적 흐름에 힘입어 중국 기업들의 ADR 가격 움직임을 추적하는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 인덱스는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24% 상승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피텟 재팬의 투자 전략 책임자 다나카 준페이는 "중국 기술주가 차익 실현 대상이었을 가능성은 부인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미국 경제 성장의 수혜가 예상되는 에너지 및 인프라 관련 기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는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퍼스트 솔라의 지분을 늘렸으며,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투 시그마는 발전 장비 기업 GE 버노바 주식을 새로 매수했다. 다니엘 로브가 이끄는 서드 포인트도 부동산 데이터 분석 회사 코스타 그룹과 전력 회사 탈렌 에너지에 투자했다.
한편, 일부 장기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과도 거리를 두고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금 관련 상품의 보유량을 늘렸다.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 은행주 보유량을 대폭 줄였으며, 씨티그룹 지분을 완전히 청산했다. 레이 달리오의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S&P 500 연계 ETF 보유량을 약 60% 줄인 반면, 금 가격과 연계된 SPDR 골드 셰어스를 새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 자료는 트럼프가 '상호적' 관세 세부 사항을 발표해 글로벌 증시를 급락시킨 4월 2일 이전 상황이며, 지난주 미국과 중국이 타결한 90일 관세 휴전은 반영되지 않았다. SBI 증권의 사이키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인하 합의는 게임 체인저이며, 중국 주식과 미국 기술주에 대한 리스크 선호 태도가 강화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5월 들어 양국 간 무역 긴장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면서 투자 심리도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90일 휴전 이후 관세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주요 투자자들의 2분기 포트폴리오 변화가 주목된다.
특히 중국의 AI 및 기술 기업들이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투자자들의 장기적 포지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