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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관세 인상에도 美 물가 상승세 둔화…“재고 효과 일시적” 분석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이 진열대를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이 진열대를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입 관세를 부과했으나 예상과 달리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둔화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재고 소진 후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14일(현지시각)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의 평균 수입 관세율을 약 10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음에도 4월 CPI는 연율 기준 2.3% 상승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21년 초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로 월가가 예상한 2.4%보다 낮은 수치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예상을 깬 결과에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유통 중인 제품들은 2~3개월 전 체결된 계약에 따라 수입된 재고품이기 때문에 관세 인상의 영향이 아직 본격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게이펀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매장 선반에 진열된 물건은 관세 인상 전에 확보한 재고로, 가격 전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품목에서는 이미 가격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CPI 보고서에 따르면 4월 가구 가격은 전월보다 1.5% 상승했으며, 장난감 제조업체 마텔과 생활용품 기업 P&G는 각각 장난감과 세제·화장지 가격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3일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던 145%의 고율 관세를 90일 동안 30%로 낮추기로 했다. 중국도 보복관세를 125%에서 10%로 낮추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다. 이같은 합의는 양국 간 무역 전면 중단 위기를 완화시켰고, 경제 침체 우려도 일부 해소됐다.

예를 들어 JP모건은 지난달 미국이 올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60%로 전망했지만, 이번 합의 이후 50% 이하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같은 기간 내 침체 가능성을 45%에서 35%로 낮췄다.

무역 협상의 방향성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 시장을 미국산 제품에 더 개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며 과거 내세웠던 ‘무역적자 해소’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했다. 복스는 “트럼프가 명분을 챙기지 못한 채 관세를 대폭 완화한 것은 경제 악화 조짐에 위기의식을 느낀 결과”라며 “이는 향후 다른 국가에 대한 관세도 조정 가능하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다만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현재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여전히 17.8%로, 193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같은 관세가 올해 미국 가계당 평균 2800달러(약 384만원)의 비용을 추가로 발생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복스는 “현 시점에서 심각한 인플레이션 악순환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공급망 붕괴와 소비자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 물가 상승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특히 기업이 가격 인상에 맞춰 임금 인상을 단행할 경우 인플레이션 고착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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