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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빅테크, 美 제재 전 엔비디아 AI 칩 '사재기'… 수십억 달러 규모

바이트댄스·알리바바·텐센트, H20 100만 개 확보 목표
美 규제 강화에 화웨이 등 中 자체 GPU 개발 박차
엔비디아(NVIDIA)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NVIDIA)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의 추가 제재를 예상한 중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을 대규모로 비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H20 AI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기 직전인 지난 4월,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주요 기술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엔비디아의 H20 AI 칩을 대거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의 수출 통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특별히 중국 시장용으로 설계된 H20 그래픽 처리 장치(GPU)에 대해, 이들 3개 회사는 지난해부터 미국의 선적 제한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

이들은 엔비디아에 총 100만 개의 H20 칩 선적을 요청했으며, 이는 대략 1년 치 사용량에 해당하며, 목표 인도 시점은 5월 말까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4월 초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칩에 대한 수출 허가 필요성을 발표하면서 실제 인도량은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러한 긴급 주문의 총 가치가 12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새로운 제재 조치가 발효되기 전에 이미 상당한 물량이 중국으로 선적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바이트댄스는 가능한 많은 엔비디아 칩을 확보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비축 노력은 올해 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 이후 중국 내 AI 컴퓨팅 파워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지난 2월, 텐센트는 딥시크의 AI 모델을 자사의 슈퍼 앱 위챗(WeChat)에 통합하기 시작하면서 컴퓨팅 파워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중국 주요 기술 기업의 한 임원은 "H20에 대한 제재는 업계 전반에 걸쳐 널리 예상되었기 때문에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며, "모든 주요 중국 기술 회사는 사전에 H20을 비축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금지되지 않았고 강력한 성능을 감안할 때 그렇게 하는 것은 당연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긴급 주문 외에도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이 아닌 지역에서 엔비디아 칩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AI 하드웨어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른 노력으로는 해외에 자회사나 계열사를 설립하거나 통신 사업자와 같은 업계 파트너와 협력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한 공급업체 임원은 "(중국) 고객들은 매우 침착하다"며, "그들은 이러한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를 위해 준비해 왔다. 그들은 올해 더 많은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변함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는 중국 본토와 홍콩 외에도 미국을 포함한 13개국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바이트댄스는 아일랜드와 노르웨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및 유럽 여러 국가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다.

한편, 중국 데이터센터 대기업들은 화웨이의 어센드(Ascend)와 같은 자체 개발 GPU 플랫폼에 대한 검증 절차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초,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어센드 AI 칩 384개를 연결하여 엔비디아의 최첨단 GB200 NVL72 성능에 필적하는 최신 AI 컴퓨팅 솔루션인 클라우드매트릭스 384(CloudMatrix 384)를 공개하기도 했다.

H20은 2022년 3분기에 글로벌 시장에 처음 출시된 엔비디아 H100 칩의 성능을 두 단계 낮춘 버전이다. 당시 미국의 수출 통제에 대응하여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을 위해 저전력 버전인 H800을 출시했으며, 이후 미국의 대중국 AI 하드웨어 수출 규제가 더욱 강화되자 H20으로 다시 하향 조정했다.

2024년 상반기에 출시된 H20은 AI 훈련 성능이 기존 H100의 약 10분의 1 수준이며, 추론 능력은 20%에 불과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홍콩 기반의 AI 엔지니어 유진 리는 H20이 겉보기에는 훈련용 GPU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엔비디아 H100 및 H800 칩의 고성능 훈련 기능과 달리 추론에 최적화된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H20 공급 부족 시 국내 대안이나 중소 규모 모델용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으로 부분적인 대체가 가능하지만, 대규모 모델의 배포 및 지속적인 최적화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많은 대규모 AI 모델이 훈련을 위해 이전에 확보한 H100 및 H800에 의존하고 있으며, 주요 클라우드 제공업체들도 추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H100과 H800의 기존 재고가 소진되면 첨단 모델 훈련과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중국의 첨단 인공지능 개발 경쟁력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엔비디아는 H20에 대한 제한 조치가 중국 고객들이 국내 또는 다른 지역에서 대안을 모색함에 따라 경쟁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4월 15일, 엔비디아는 미국의 추가 제재로 인해 분기별 매출이 55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발표 이후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베이징을 예기치 않게 방문하여 관계자들에게 중국에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1월 26일 종료된 회계연도 기준으로 중국이 엔비디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1%로, 1년 전의 17%에서 크게 감소했다. 반면 싱가포르의 비중은 같은 기간 11.2%에서 18%로 증가했다.

다만, 엔비디아 측은 이는 고객 청구지 기준이며, 실제 제품 배송지는 다른 지역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선적량 기준으로 싱가포르는 해당 기간 전체 매출의 2% 미만을 차지했다.

엔비디아,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는 이번 보도에 대한 공식적인 논평을 거부했다.

미국의 추가 제재를 앞두고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엔비디아 AI 칩 사재기 움직임은 미국의 기술 규제 강화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위기감을 반영하는 동시에, 자체적인 기술 자립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 속에서 중국이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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