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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트럼프 '46% 관세' 부과로 위기 직면...미·중 무역전쟁 틈새 제조거점 '흔들'

삼성·애플 등 글로벌 기업 공장 위치...미·중 무역분쟁 속 90일 협상 시한 주어져
2020년 2월 20일 베트남 랑선에서 중국과 연결되는 후응이 국경을 넘기 위해 컨테이너 트럭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0년 2월 20일 베트남 랑선에서 중국과 연결되는 후응이 국경을 넘기 위해 컨테이너 트럭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속에서 제조업 거점으로 부상했던 베트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로 위기에 놓였다. 미국 정부는 90일 협상 유예를 발표했지만, 베트남 산업계는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글로벌 뉴스매체 레스트 오브 월드(Rest of World)가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상호적 관세' 정책을 발표하며 베트남산 수입품에 46%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동남아시아 6대 경제국 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 18(현지시각)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순방과 관련해 "어떻게 미국을 해칠지 논의하는 자리"라고 비난했다. 시 주석은 베트남을 방문해 공급망 협력과 철도 건설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런 고율 관세는 삼성전자와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의 공장이 위치한 베트남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애플의 아이패드, 맥북, 에어팟, 애플워치 생산기지도 이미 베트남으로 이전됐다.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수혜국에서 관세 표적으로


베트남은 2018년 트럼프의 첫 임기 때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수혜국이었다. 베트남의 글로벌 제조 허브로의 변신은 2008년 삼성전자가 첫 스마트폰 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핵심 국가로 베트남을 선택했고,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삼성 스마트폰 대부분이 베트남에서 생산되고 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베트남 경제·안보 전문가 한 응우옌 박사는 "미국의 관세 유예는 일시적 안도감만 줄 뿐, 베트남은 여전히 걱정할 일이 많다""중국에 대한 상호적 관세도 베트남에게는 복잡한 문제다. 중국은 베트남의 주요 무역 파트너이자 제조업 부품 공급국"이라고 레스트 오브 월드에 말했다.

지난 10일에도 이 매체는 베트남 북부 하노이 인근 제조업 중심지인 박닌 지역의 공장부동산 중개인 시에 칭이 "베트남의 전반적인 비용 우위가 매우 약해졌다""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 코로나19 위기 극복 경험과 현재의 도전


2021년 코로나19가 글로벌 기술 공급망을 위협했을 때, 베트남은 외국 투자자들에게 생산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압박을 받았다. 베트남 정부는 제조업 지역에 '3현장(three-on-site)' 정책을 엄격하게 시행하여 노동자들이 한 장소에서 일하고, 식사하고, 수면을 취하도록 했다.

삼성 직원들은 침대도 없는 폐교 교실과 공장 시설에서 숙식했고, 인텔은 직원들을 호텔에 수용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지출했다. 베트남은 2021년 말까지 공장 내 감염을 통제했고 생산은 정상화됐다.

2022년 중국의 더욱 엄격한 제로 코로나 조치로 인해 더 많은 제조업체들이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낮은 비용, 다양한 자유무역협정, 우호적인 정부 정책이 베트남을 중국에서 생산을 이전하는 기술 기업들의 매력적인 목적지로 만들었다.
최근 베트남 제조업계는 노동자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애플 공급업체의 럭스셰어 공장에서 보안 경비로 일했던 브엉 반 훙은 "일부 기업들은 최대 800만 동(43만 원)의 입사 보너스를 약속한다""이 분야에서 8~9년 일하면서 이렇게 높은 인센티브는 본 적이 없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에 말했다.

베트남의 미국 수출액은 미국의 베트남 수출액보다 거의 10배 많아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토 람은 지난 4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미국이 관세를 0%로 낮추면 베트남도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이퐁에 있는 산업단지 개발업체 디프 C 인더스트리얼 존스의 CEO 브루노 자스파르트는 "미국의 4대 무역적자국인 중국, 유럽연합, 멕시코, 베트남 중에서 미국은 적어도 하나의 무역 파트너가 미국 구매자를 위해 생산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이나 보복 가능성이 있는 유럽이 아닌 멕시코와 베트남이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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