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좡 하프 마라톤에 21대 로봇 참가... '티안궁 울트라' 2시간 40분 기록 우승
"첨단 산업 통한 경제 성장 도모"... 전문가들 "실용성보다 과시용" 지적도
"첨단 산업 통한 경제 성장 도모"... 전문가들 "실용성보다 과시용" 지적도

대회에 참가한 로봇들은 드로이드VP, 노엣스 로보틱스(Noetix Robotics) 등 중국 제조업체들이 만든 것으로, 키는 120cm(3.9피트)부터 1.8m(5.9피트)까지 다양했다. 한 업체는 자사 로봇이 여성스러운 외모와 윙크하고 미소 짓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인간에 가깝다고 자랑했다.
여러 업체는 대회 몇 주 전부터 로봇을 집중적으로 테스트했다. 베이징 관계자들은 엔지니어링 팀과 내비게이션 팀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이번 행사가 경주용 자동차 대회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로봇은 매우 잘 작동하고 안정적이다. 로봇과 AI의 진화를 목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인공지능 분야에서 일하는 관객 허시슈(He Sishu)는 말했다.
경기 중 로봇들에는 인간 트레이너가 동행했으며, 일부 로봇은 경주 중에 사람이 물리적으로 지지해야 했다. 로봇 중 몇몇은 운동화를 신었고, 한 로봇은 권투 글러브를 착용한 채 달렸으며, 다른 로봇은 중국어로 "필승"이라고 적힌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로봇은 베이징 휴먼 로보틱스 혁신 센터(Beijing Innovation Center of Human Robotics)가 개발한 '티안궁 울트라(Tiangong Ultra)'로, 2시간 40분의 기록을 세웠다. 참고로 인간 남자부 우승자는 1시간 2분에 완주했다.
베이징 휴먼 로보틱스 혁신 센터는 두 개의 국영기업이 43%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 대기업 샤오미의 로봇 부문과 중국의 선도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UBTech가 나머지 지분을 균등하게 나눠 갖고 있다.
이 센터의 최고기술책임자(CTO) 탕지안(Tang Jian)은 "티안궁 울트라의 성능은 긴 다리와 인간의 마라톤 주법을 모방할 수 있는 알고리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랑하고 싶지는 않지만, 서구의 어떤 로봇 회사도 티안궁의 스포츠 업적에 필적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이 로봇은 경주 중 배터리를 단 세 번만 교체했다"고 덧붙였다.
티안궁 울트라와 같은 일부 로봇은 레이스를 완주했지만, 다른 로봇들은 처음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한 로봇은 출발선에서 넘어져 몇 분 동안 움직이지 못하다가 다시 일어나 경주를 계속했고, 또 다른 로봇은 겨우 몇 미터를 달린 후 난간에 충돌해 작업자의 도움이 필요했다.
중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마라톤에 참가한 것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인간과 함께 경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로봇공학과 같은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가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로봇의 마라톤 참가가 실제 산업적 잠재력을 보여주는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오리건 주립대학의 컴퓨터 과학, 인공지능 및 로봇공학 교수인 앨런 펀(Alan Fern)은 "이러한 경쟁에는 'AI 혁신'이 필요하다는 베이징 관리들의 주장과는 달리, 휴머노이드 로봇이 달릴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는 5년 전에 이미 개발되고 시연되었다"고 지적했다.
펀 교수는 "중국 기업들은 걷기, 달리기, 춤 등 민첩성을 과시하는 데 집중해 왔다"며 "일반적으로 이것들은 흥미로운 시연이지만, 유용한 작업의 실용성이나 어떤 유형의 기본 지능에 관해서는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로봇 센터의 CTO 탕은 "앞으로 우리가 중점을 둘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 비즈니스 환경, 그리고 최종적으로 가정에 실제로 투입될 수 있도록 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는 중국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인공지능, 센서, 배터리, 모터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융합된 분야로,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제조업 혁신과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 기술 개발과 과시용 기술 시연 사이에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고 지적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이나 가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안정성, 내구성, 에너지 효율성 등 많은 기술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는 중국의 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벤트로, 앞으로 중국이 로봇 산업에서 어떤 성과를 이룰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