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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관세 위협 속 통화정책 추가 완화...성장 전망 하향

2025년 성장 전망 1~3%에서 0~2%로 하향 조정
중앙은행 "무역 둔화와 정책 불확실성, 대외 부문에 부담"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애널리스트 10명 중 9명은 싱가포르 통화청이 정책 기조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애널리스트 10명 중 9명은 싱가포르 통화청이 정책 기조를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로이터
싱가포르 중앙은행이 미국의 관세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통화정책을 추가로 완화하고 2025년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도시국가의 경제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14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14일 싱가포르 달러 명목 실효 환율의 절상률을 "약간" 인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완만하고 점진적인 절상" 기조는 유지하기로 했으며, "밴드의 너비와 중심이 되는 수준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국가들이 금리를 주요 통화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과 달리, 싱가포르는 환율에 중점을 둔 독특한 통화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 달러가 주요 무역 상대국 통화 바스켓에 대해 상승하거나 하락하여 물가를 안정시키는 방식이다.

이번 통화정책 완화 결정은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애널리스트 10명 중 9명이 MAS의 정책 완화를 예상했었다. MAS는 이미 지난 1월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한 바 있다.
같은 날 싱가포르 상무부는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2%로 하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4.4% 성장에서 크게 둔화된 수치다.

이번 통화정책 완화와 성장 전망 하향 조정은 미국이 싱가포르를 포함한 여러 무역 파트너국에 10%의 포괄적 관세를 부과하는 등 전면적인 새로운 관세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MAS는 "싱가포르의 높은 무역 의존도와 글로벌 공급망과의 긴밀한 통합을 감안할 때, 글로벌 및 지역 무역 둔화와 정책 불확실성 증가는 대외 부문에 부담을 줄 것이며, 이는 국내 지향 부문으로 파급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주 이 도시국가의 성장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정부가 올해 GDP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14일 발표된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GDP는 1~3월간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했다. 이는 전 분기 5% 성장에서 둔화된 수치다. 수출 주도형 제조업 부문은 전년 대비 5% 성장했으며, 국내 중심의 서비스 부문 생산은 3.4% 증가했고, 건설업은 4.6% 증가했다.

계절 조정 기준으로는 1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0.8% 하락했다. 이는 이전 3개월 동안의 0.5% 성장에서 큰 폭으로 반전된 것이다.

싱가포르 무역부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대외 수요 전망이 "크게 약화"되어 대외 지향적인 부문의 전망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제조업 부문은 글로벌 수요 약화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싱가포르의 통화정책 완화 결정은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관세 정책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한국, 대만, 베트남 등 수출 중심 아시아 국가들도 미국의 관세 압박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에 대비해 유사한 정책적 대응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이번 GDP 예비 수치는 분기 첫 두 달간의 경제 성과만을 기반으로 한 것이어서, 확정 수치가 나오면 추가적인 하향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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