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피하려는 '선수출' 효과...수입은 4.3% 감소
전문가들 "무역전쟁 장기화로 내수 부양 대책 필요성 높아져"
전문가들 "무역전쟁 장기화로 내수 부양 대책 필요성 높아져"

중국 해관총서가 14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3월 중국의 수출은 달러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했다. 이는 올해 1~2월 동안의 2.3% 성장률에서 크게 가속화된 것으로, 경제학자들의 평균 예측치 4.4%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반면, 수입은 4.3% 감소해 2% 하락 예상치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로 인해 1분기 무역 흑자는 2729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외부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외 무역은 규모와 질 모두에서 성장을 이뤘다"고 해관총서장 왕링쥔은 기자들에게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관세가 145%로 인상된 것은 "불가피하게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을 포함한 세계 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인정했다.
3월 한 달 동안 중국의 대미국 수출은 9.1% 증가했고, 아세안과 유럽연합으로의 수출도 각각 11.6%, 10.3% 증가했다. 반면,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9.5% 감소했다. 특히, 동남아시아로의 수출액은 지난해 12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핀포인트 자산운용(Pinpoint Asset Management)의 장지웨이 사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강력한 수출 데이터는 미국의 최근 관세 발표 전에 무역이 선행되었음을 반영한다"며 "미국의 관세가 치솟으면서 중국의 수출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대부분의 무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적' 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을 강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처음에 스마트폰, 가전제품, 반도체를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트럼프는 이를 "가짜 뉴스"라고 부르며 해당 제품들이 "다른 관세 '버킷'으로 이동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미국으로 선적된 상품의 17% 이상이 스마트폰, 노트북, 전자기기였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미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125%로 인상하고, 미국 영화 수입 제한과 핵심 광물 수출 제한 등 보다 광범위한 보복 조치를 취했다.
노무라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의 수출이 2024년 초반 5% 증가에서 연말에는 2%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가 "수출에 타격을 주고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을 크게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ANZ의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레이몬드 영은 "극단적인 시나리오는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또 다른 외부 충격을 경험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GDP가 1분기에 5.2% 성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의 관세 인상 충격이 2분기부터 중국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중국 경제의 유일한 성장 기둥이었던 수출 부문의 약화는 이미 취약한 노동 시장과 소비자 지출 둔화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중국은 올해 "약 5%"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금리 인하, 부동산 시장 완화, 가계 재정 지원 등 경기 부양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내수 상황은 이미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의류 체인 유니클로의 일본 운영사 패스트 리테일링은 2월 말 회계연도 상반기에 전체적으로 매출과 이익이 크게 증가했으나, 중국 본토 시장에서는 매출이 4% 감소하고 이익이 11%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주요 레스토랑 체인 지우마오지 인터내셔널 홀딩스는 1분기 핵심 브랜드의 동일 매장 평균 일일 매출이 전년 대비 18~24% 급감했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 관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3월 대아프리카 수출은 37.0% 급증했으며, 인도와 라틴 아메리카로의 수출도 각각 27.3%, 23.5%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내수 부양을 위한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JD.com은 내년 동안 중국 수출업체들이 국내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2,000억 위안의 지원을 약속했으며, 중국 중앙은행은 앞으로 몇 주 안에 금리를 인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금요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과 유럽이 "일방적인 괴롭힘 관행에 공동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말하며 미국의 관세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