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발표 후 중국 통화 약세 지속, 달러당 7.35까지 하락
인민은행 기준환율 의도적 약세 조정, 관세 충격 완화 의도 분석
인민은행 기준환율 의도적 약세 조정, 관세 충격 완화 의도 분석

중국 인민은행(PBOC)이 정한 기준환율의 2% 범위 내에서 거래되는 역내 위안화는 9일 오전 달러당 7.35까지 하락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07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데이터 제공업체 Wind에 따르면 2023년 9월에 기록한 장중 최저치인 달러당 7.351에 근접한 수준이다.
인민은행은 9일 아침 기준환율을 달러당 7.2066으로 설정했는데, 이는 8일의 7.2038보다 약간 약한 수준이다. 더 자유롭게 거래되는 역외 위안화는 8일 저녁 달러당 7.42까지 하락한 후 7.375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피싱(fixing)'으로 알려진 인민은행의 기준환율은 중국의 엄격하게 통제되는 통화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주요 도구로 간주된다. 중앙은행은 몇 달 동안 기준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왔으나, 트럼프가 지난주 중국에 대해 34%의 추가 "상호적" 관세를 발표한 이후 점차 약세로 조정하고 있다.
중국이 동일한 수준의 관세로 보복하자 트럼프는 50%를 추가로 올리겠다고 위협했다. 이러한 관세 인상은 베이징 시간으로 9일 정오부터 시작되었으며, 트럼프의 초기 펜타닐 관세를 포함하면 총 관세율은 최소 10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관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을 일부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이 점을 지적하며 "중국이 관세에 대한 상쇄로 통화 조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8일 전국 공화당 의회 위원회 행사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최근 위안화의 약세는 달러가 일본 엔화와 유로화와 같은 다른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음에도 발생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달러 약세는 위안화 가치 하락에 대한 압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인민은행은 이제 조용히 위안화 약세에 대한 더 많은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가베칼 드래고노믹스(Gavekal Dragonomics)의 중국 경제학자 웨이 허(Wei He)는 화요일 메모에서 지적했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민은행의 기준환율은 애널리스트 예상치보다 더 강한 수준으로 설정되고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단행하지는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를 조정하고 있지만, 그 정도는 통제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인민은행이 무역전쟁 기간 동안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완화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로 인해 위안화는 앞으로도 계속 약세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중 양국의 관세 전쟁이 환율 분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통화 가치 조정을 통해 관세 충격을 어느 정도까지 상쇄하려 할 것인지, 그리고 미국이 이에 대해 어떤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인지가 향후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