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의자들이 미국 뜯어내" 주장하며 기업들 명확성 요구 일축, 시장 혼란 가중 우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격동의 한 주"를 보낸 후에도 공격적인 무역 정책으로 인한 경기침체나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정책의 기조 전환 등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관세 정책에 대한 "명확성 부족"을 우려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그들은 항상 그렇게 말한다. 그들은 '우리는 명확성을 원한다'라고 말한다.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수년 동안 세계주의자들, 거대 세계주의자들은 미국을 뜯어내고 있다. 그들은 미국에서 돈을 빼앗아 가고 있고, 우리가 하는 일은 그 돈의 일부를 되찾는 것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올해 1분기 경기 위축 경고를 내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그런 것을 예측하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매우 크기 때문에 전환기가 있다. 우리는 미국에 부를 되돌려주고 있다. 그건 큰 일이고, 항상 마침표가 있고,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금리가 내려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발언은 시장이 트럼프의 무역 정책에 대한 명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기업들이 물가 상승을 경고하는 가운데 주식 시장 매도세가 있었던 한 주 후에 나온 것이다.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전반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했다가 주 후반에 철회했다.
지난 5일에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추가 부담금을 면제해 주었고, 6일에는 2020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자유무역협정의 규칙을 충족하는 모든 상품으로 이를 확대했다.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에 대한 별도의 25% 관세는 이번 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미 기업들은 자재를 비축하고, 운영을 검토하며, 가격 인상을 준비하는 등 관세 정책으로 인한 "상당한 격변"을 겪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세가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갈 수도 있는데, 그게 예측 가능성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를 돕고 싶었다"며 일시적인 여유를 주었지만, 다음 달에 부과될 상호 관세에 대해서는 그러한 혜택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그들에게 짧은 기간 동안 약간의 휴식을 주었다. 4월로 넘어가는 단계인데, 그 이후에는 이걸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이번에 한 번은 할 건데, 그 다음에는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9일 NBC 방송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일부 관세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 루트닉 장관은 "물론 외국 상품은 조금 더 비싸질 수 있지만, 미국 상품은 더 저렴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4일 의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약간의 소동" 가능성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연결된 기업들은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도 관세 인상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가 자사의 생산 비용과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