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명품 판매 18~20% 감소, "소비자 심리 우울"...올해도 부진 지속 전망
쇼핑몰 공실률 상승에 부동산 개발업체도 타격..."소비 선호도 변화"
쇼핑몰 공실률 상승에 부동산 개발업체도 타격..."소비 선호도 변화"

프랑스 명품 그룹 케어링은 지난달 상하이의 랜드마크 징안사 근처 릴 백화점과 난징루의 신세계 다이마루 매장에서 10년 넘게 운영해온 구찌 매장 두 곳을 폐쇄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도 상하이 훙차오 국제공항에서 2년간 운영하던 매장을 접었다.
업계 추적 기관 링크숍닷컴에 따르면, 루이비통, 샤넬, 티파니앤코, 불가리 등 명품 소매업체들이 지난해 4분기에 8곳, 그 이전 분기에 2곳의 매장을 추가로 폐쇄했다.
모닝스타의 선임 주식 애널리스트 옐레나 소콜로바는 "대부분의 브랜드는 중국 본토에서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는데, 이는 국내 소비자 심리 침체뿐만 아니라 중국인의 해외 쇼핑도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와 해외 쇼핑 비율이 팬데믹 이전에는 60:40이었지만 이후에는 역전됐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도 소비 부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번 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소비 촉진"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았으며, 올해 소비재 구매에 대한 국가 보조금을 3000억 위안(약 60조 원)으로 두 배 늘렸다.
컨설팅 회사 베인앤코는 1월 보고서에서 국내 지출 약화와 해외 쇼핑 증가로 지난해 중국의 명품 판매가 18~20%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보석과 시계는 소비자들이 가치 보존 자산으로 선호도를 옮기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명품 소매 부문의 침체는 이미 수년간의 산업 불황으로 고전하고 있는 중국 소매 부동산 개발업체와 임대인에게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세빌스에 따르면 중국 1선 및 2선 11개 도시의 소매 공실률은 2024년 10.4%에서 올해 평균 10.5%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코로나 봉쇄가 있었던 2022년 평균 11.4%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홍콩에 상장된 항룽그룹의 연례 보고서는 중국 본토 고급 쇼핑몰의 임대 수익이 "치열한 가격 프로모션" 속에서 2024년 4% 감소했으며, 우한 지점의 객실 점유율은 2022년 86%에서 85%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소콜로바는 임대료가 눈에 띄게 하락하지 않아 명품 소매업체의 운영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소비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여전히 상당한 가계 저축을 보유하고 있어, 올해 중국 본토의 사치품 지출이 20%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세빌스의 중국 북부 지역 리서치 책임자 빈센트 리는 "나이키나 리닝과 같은 대중 시장 소매업체와 달리 최고의 명품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데 매우 신중하다"며 "그들이 철수하고 있다면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통 리서치의 파트너 궈샨은 소비자 선호도가 전통적인 사치품에서 체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명품 가방을 사는 대신 스포츠나 엔터테인먼트 제품을 선호하는 것 같다"며, 2024년 공식 데이터를 인용해 의류 카테고리는 0.3% 증가에 그친 반면,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는 11.1%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궈샨의 분석은 명품 업계의 어두운 전망을 더욱 뒷받침한다. 중국 소비자들의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가 지속된다면 명품 브랜드들은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케어링과 프라다는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으며, LVMH는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업계 전반의 움직임을 볼 때, 중국 경기 침체와 소비자 선호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구조조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