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 석탄 에너지 전환 지원 프로그램 철수
최대 수혜국 인도네시아 200억 달러 지원 계획 차질
최대 수혜국 인도네시아 200억 달러 지원 계획 차질

미국이 개발도상국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 기후 금융 프로그램에서 탈퇴하면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미국이 450억 달러(약 65조2000억 원) 규모의 '저스트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JETP)' 프로그램에서 공식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JETP는 2021년 출범한 이니셔티브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이 대출, 보조금, 민간 금융을 통해 화석 연료를 포기하고 재생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법안은 해당 국가들이 자금 지원의 대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장려하기 위해 설계됐다.
FT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주 JETP 참가국들에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행정명령에 따라 이 프로그램에서 철수한다고 통보했다. FT가 입수한 미국 대사관의 서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미국의 국제 기후 금융 계획을 취소했다고 명시되어 있다.
데이나 브라운 미국 대사는 서한에서 "이와 관련된 모든 재정 약속도 철회되며, 이전에 자금 지원을 받았고 계획 또는 실행 단계에 있는 보조금 프로젝트도 취소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기후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삭감했으며, 국립기상청(National Weather Service)과 국립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같은 미국 국내 기상 및 과학 기관의 예산과 인력도 줄였다.
존 케리 전 미국 기후 특사가 출범 당시 강조했듯이, JETP는 역사적으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가난한 국가들은 지구 온난화의 결과에 직면한 동시에 경제 발전을 위한 에너지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JETP 참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FT에 "미국의 프로그램 탈퇴는 JETP의 신뢰성이 상실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편, 레이첼 카이트 영국 기후 특사는 지난 6일 "미국의 탈퇴는 상업 금융의 철회를 의미하며, 유감스럽지만 앞으로 나아갈 분명한 길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연합(EU), 영국, 일본을 포함한 다른 선진국들이 여전히 JETP에 헌신적이라고 강조했다.
요헨 플라스바르트 독일 개발부 장관도 미국의 결정을 "유감스럽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리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의 작업이 성공적으로 계속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미국 대신 일본과 함께 인도네시아 프로그램을 공동 주도하기로 결정했다. 플라스바르트 장관은 "이렇게 많은 파트너들이 책임을 분담하기로 한 결정은 이제 매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몇 주 동안 영국과 독일은 JETP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는 JETP를 통해 200억 달러(약 29조 원)를 지원받을 예정이었으며, 이는 단일 국가로는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출범 이후 대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자금 집행이 지연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도네시아의 기후 및 에너지 특사인 하심 조조하디쿠수모는 지난 1월 JETP를 "실패한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JETP 담당 부서에 따르면, 미국의 철수로 남아공에 대한 전체 지원 금액이 138억 달러(약 20조 원)에서 128억 달러(약 18조54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프로그램의 존속에 실존적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은 5600만 달러(약 811억 원)의 보조금과 10억 달러(약 1조4500억 원)의 잠재적 상업 투자를 약속했으나 이제는 실현되지 않을 전망이다.
"다른 모든 국제 파트너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확고한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남아공 JETP 부서의 책임자인 조앤 야위치는 말했다. 그는 다른 참가국들에게 "대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ETP의 어려움은 전 세계 국가들이 기후 금융을 놓고 계속 갈등하는 상황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효과적인 자금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지난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기후 금융에 대한 국가 간의 공식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에녹 고동와나 남아공 재무장관은 일부 국가들이 "기후 금융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회의 참석자들은 미국을 합의 보류국으로 지목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