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초점] 유럽, ‘러 동결 자산 438조원’ 우크라이나 지원 검토

에스토니아, 폴란드, 핀란드 등 "동결 자산 직접 제공"
EU와 영국, 미국 없이 독자적 조치 단행 가능성 제기

유럽연합(EU)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EU)기.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과 영국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동결된 자산 3000억달러(약 438조원)를 우크라이나 지원에 직접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관계 악화 속에서 유럽이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압류해 사용할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치적·법적·경제적 영향이 검토되고 있다고 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리시 수낵 전 영국 총리는 지난달 28일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에서 "러시아가 전쟁으로 초래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동결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우크라이나 갈등 속 유럽 긴급 회담 개최


이같은 논의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을 만나 미국의 추가 지원과 광물 자원 투자 및 안보 보장을 논의했지만 양측의 현격한 입장 차이로 협상이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압박했으며, 이 과정에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끝내 백악관을 떠나면서도 미국이 기대했던 우크라이나의 광물 자원 투자 약속이나 안보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후 지난 2일 런던에서 열린 긴급 회담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EU 및 영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회담에서는 미국의 입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유럽이 단독으로 지원을 확대할 방안을 찾는 것이 핵심 주제로 다뤄졌다.

동결 자산 이자 수익 우크라이나에 대출 형식 제공


EU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3000억달러(약 396조원) 중 약 2180억달러(약 288조원)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로클리어(Euroclear)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EU는 동결된 자산에서 발생한 이자 수익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대출 형식으로 제공해 왔다.

지난 3월 1일 영국 재무장관 레이첼 리브스와 우크라이나 재무장관 세르히 마르첸코는 동결 자산에서 발생한 이자 수익 22억6000만파운드(약 3조6000억원)를 우크라이나에 대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자 수익만으로는 우크라이나의 재정 및 군사적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면서, 최근 동결 자산 자체를 직접 우크라이나로 이전하는 방안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

일부 EU 회원국·영국, 러시아 자산 직접 압류 주장


EU 내에서는 에스토니아, 폴란드, 핀란드 등의 국가들이 동결 자산을 직접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의 전쟁 책임을 묻고 우크라이나의 즉각적인 지원을 위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영국에서도 일부 의원들과 경제 정책 자문단체인 아테나재단이 정부에 압류 조치를 선제적으로 단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영국 내에 동결된 러시아 국유 자산 약 250억파운드(약 46조원)를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직접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적·경제적 리스크 커…러시아의 보복 가능성도


그러나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직접 이전하는 방안에는 상당한 법적·경제적 리스크가 따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크레온 버틀러 채텀하우스 글로벌 경제·금융 프로그램 디렉터는 "러시아 자산을 압류하면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위험을 느낄 수 있다"며 "특히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국들이 유럽과 미국 금융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게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서방 국가들의 금융 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최근 외국 기업과 개인의 자산을 압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자산을 압류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유럽, "러시아에 심리적 타격" 주장


그럼에도 동결 자산 활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테나재단의 헤더 뷰캐넌 의장은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이 자금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면 러시아는 이 돈이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될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 경제와 전쟁 수행 능력에 심리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서방 국가들은 동결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국제법상 가능한지에 대한 법적 해석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 의회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 중이다.

EU, 단독 행동 나설까…"정치적 결단이 관건"


동결 자산을 직접 우크라이나에 이전하는 문제는 유럽 각국의 정치적 결단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EU와 영국이 미국 없이 독자적으로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뷰캐넌 의장은 "이제 문제는 정치적 의지일 뿐"이라며 "법적 근거 마련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EU 회원국들이 통일된 입장을 보일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