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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SEC, 상장사 '기후 공지' 의무화 규정 시행 중단...발효 앞두고 폐기 수순

미 증시 상장 한국 10개 기업 포함 모든 상장사에 적용, 바이든 정부 기후 정책 폐기
마크 우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대행이 11일(현지시각) 미국의 모든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후 공지 의무화 규정 이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우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대행이 11일(현지시각) 미국의 모든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후 공지 의무화 규정 이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1일(현지시각) 상장사가 기업의 비즈니스가 기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투자자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기후 공지 규정’ 이행을 보류했다. 마크 우예다 SEC 위원장 대행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 규정 폐기를 위한 첫 번째 조처로 미 항소법원에 이 규정 이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통보하도록 법률팀에 지시했음을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 정부의 SEC가 지난해 3월 기후 공지 의무화 규정을 확정하자 일부 주와 경제단체들이 SE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기업들은 이 규정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 규모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며 2025년부터 시행된다.
우예다 대행은 성명에서 “지난 2022년부터 SEC 커미셔너로 일하면서 이 규정에 중대한 결함이 있고, 미국 경제에 해를 끼치기에 반대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SEC가 미 법원에 향후 조처를 통보하기에 앞서 옵션을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SEC가 기후 공시 규정을 마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웨스트버지니아주를 비롯해 공화당이 주지사와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는 보수 성향이 강한 주는 즉각 SE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 상공회의소, 미국농업인연맹(AFBF) 등을 비롯한 경제계는 SEC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다. SEC는 약 2년 전에 발표했던 기업의 기후 공시 초안에 포함됐던 소위 ‘스코프(Scope)3’ 공시 의무 일부 조항을 삭제한 뒤 이 규칙을 통과시켰다.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 발생량은 측정 대상과 범위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제조 과정에서 직접 배출되는 직접 배출원(스코프1)과 전력·냉난방 등 간접적인 탄소 배출량까지 포함된 간접 배출원(스코프2), 제품 생애주기 전 과정에 걸쳐 발생하는 기타 간접 배출(스코프3)이다. 스코프3는 회사 공급 과정뿐만 아니라 고객이 제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온실가스 전부를 아우른다. 기업 측은 스코프3 기준에 맞춰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기 어렵고,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고 주장해왔다.
SEC는 기업 측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스코프3를 보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새 규정은 뉴욕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이 SEC에 해마다 제출하는 연례보고서에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인 스코프 1·2 규모를 담도록 했다.

이 규정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한국 기업 10개사에도 적용된다. 포스코홀딩스, 한국전력공사, SK텔레콤, KT,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LG디스플레이, 그라비티, 쿠팡 등이 그 대상이다.

이 규정은 2022년 초안이 공개된 후 산업계와 공화당의 반대로 여러 차례 SEC에서 표결이 연기되다가 SEC가 지난해 3월 6일 최종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유럽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도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라 스코프3 탄소 배출량을 공시해야 한다. EU는 2023년 1월부터 이 규칙을 시행했다. 중국도 지난달에 3개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후 관련 보고 지침을 마련했다. 영국, 호주, 브라질, 싱가포르 등도 기업의 기후 공시를 의무화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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