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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AI 기술 패권 놓고 파리서 격돌

미국 'AI 수도' 선언에 중국 '딥시크' 카드로 맞서
마크롱 "AI 서부개척시대 안돼" 중재 나서
2023년 2월 1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군대 내 인공 지능(AI)의 책임 있는 사용에 관한 첫 번째 국제 정상 회담에 참석한 후 60개국 이상의 대표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2월 1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군대 내 인공 지능(AI)의 책임 있는 사용에 관한 첫 번째 국제 정상 회담에 참석한 후 60개국 이상의 대표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10일(현지시각)부터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AI 액션 서밋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각축장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인공지능의 세계 수도"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가운데, 중국은 자국 AI 기업 딥시크(DeepSeek)의 성과를 앞세워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10일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정상회담에는 80개국의 정부 수반과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미국에서는 J.D. 밴스 부통령이,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대표인 장궈칭 부총리가 참석해 AI 기술의 발전 방향과 규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중국의 딥시크가 챗GPT와 견줄 만한 AI 챗봇을 출시하며 기술력을 입증한 직후에 열려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딥시크가 미국 기술산업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하면서도, AI 고문 데이비드 색스를 통해 딥시크가 오픈AI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 개발을 위해 석유와 가스 매장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파리기후협약 재탈퇴와 함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AI 규제 관련 행정명령도 폐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규제 장벽을 낮추고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이 없는 AI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라시아 그룹의 선임 분석가 닉 라이너스는 "트럼프는 글로벌 거버넌스 개념 자체에 반대한다"며 "AI 안전에 대한 기본적 합의는 가능하겠지만, 환경과 포용성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 장궈칭 부총리를 파견함으로써 2023년 블레츨리 회의 때보다 한층 높아진 위상을 과시했다. 라이너스 분석가는 "이는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의 취임을 계기로 글로벌 AI 거버넌스에서 중국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딥시크의 성공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적은 비용과 더 적은 수의 칩으로 오픈소스 AI 모델을 구축한 딥시크의 접근 방식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픈소스 AI 모델을 활용하는 자국 스타트업 미스트랄을 지원하며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에 대응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커런트 AI"라는 공익 파트너십이 출범할 예정이다. 초기 4억 달러를 시작으로 5년간 25억 달러를 모금해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을 위한 데이터베이스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이 많은 국가들이 국제 경쟁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립하려 노력하는 시기에 열렸다"며 "AI는 서부 개척시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독자노선으로 인해 구속력 있는 국제 규범 수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최측은 윤리적이고 민주적이며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AI 개발을 위한 공동 정치선언문 채택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의 동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딥시크 챗봇 앱은 현재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문제로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조사를 받거나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 이는 AI 기술 발전과 규제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국제사회의 과제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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