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을 더 옥죌 것이라는 우려 속에 시작한 4%대 급락세가 이틀째 지속됐다.
이날은 전날 장 마감 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플랫폼스의 분기실적 발표에서 AI 반도체 수요가 두드러지게 증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까지 더해졌다.
이런 비관 전망 속에 기관투자가들은 엔비디아 주식을 계속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개미 투자자들은 주가 반등을 기대하며 저가 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기관 매도
기관 투자가들이 엔비디아에 거리를 두고 있는 반면 개미 투자자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밴다 리서치 자료에서는 지난 27일 개미 투자자들의 엔비디아 순매수 규모가 5억6200만 달러를 넘었다.
엔비디아가 18% 폭락하며 약 5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자 개미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JP모건에 따르면 개미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주식을 직접 매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간접 투자까지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개미들이 대거 매수했다.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QQQ), 그래나이트셰어즈 2배매수 엔비디아 일일 ETF(NVDL) 등도 개미들이 대거 사들였다.
반면 헤지펀드를 비롯한 대형 기관 투자가들은 관망하거나 내다 팔고 있다.
CNBC에 따르면 JP모건 상무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는 개미 투자자들과 달리 기관은 엔비디아 저가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펀드는 ‘미국 예외주의’를 비롯해 미국이 AI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R1이 몰고 온 충격파다.
파니기르초글루는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 노트에서 “개미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엔비디아와 미 기술주를 저가 매수하고 있지만 헤지펀드를 포함한 기관 투자가들은 점점 더 신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기관 투자가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면서 기관들이 엔비디아와 기타 AI 관련 종목들을 앞으로 더 내다 팔고, 이에따라 이들 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AI 반도체 수요
27일 18%, 29일 4.10% 급락한 엔비디아는 30일 장 초반 또 다시 4% 넘는 급락세를 기록했다. 27일 이후 낙폭이 20%를 웃돈다.
앞서 지난 주말인 24일 143.62달러로 마감한 주가는 이날은 초반 120달러 선까지 내주며 118달러대로 추락했다.
120달러 선이 깨진 것은 지난해 9월 30일 이후 넉 달 만에 처음이다.
중국 딥시크의 저가 AI 모델 성공으로 엔비디아 반도체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데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추가 규제, 빅테크의 예상 이하 전망 등이 엔비디아 주가를 압박했다.
전날 장이 끝난 뒤 발표된 MS와 메타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엔비디아 주가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들이 AI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다짐이 나와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배런스에 따르면 MS와 메타의 지난해 4분기 자본지출 합계는 374억 달러로 시장 기대를 웃돌았지만 향후 전망은 우울했다. MS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세가 내년에는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보다는 낙관적이었지만 분위기는 이전에 비해 가라앉았다.
저커버그는 딥시크의 성공으로 인해 대규모 AI 자본 지출이 필요할지 의문을 제기하기는 “지나치게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AI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도 다짐했다.
맞춤형 AI 반도체
메타가 엔비디아에 그나마 긍정적인 답을 줬지만 투자자들을 온전히 만족시킬 만한 것은 아니었다.
메타는 엔비디아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개발 AI 반도체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 여파로 빅테크와 협력해 맞춤형 AI 반도체를 제공하는 브로드컴은 6% 넘게 주가가 뛰었다. 오전 장에서 13.25달러(6.42%) 급등한 219.60달러로 치솟았다.
DA 데이비슨의 질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분석 노트에서 메타가 계속해서 엔비디아, AMD 등 제3자가 제공하는 양산형 반도체를 구매하고는 있지만 자사가 개발한 MTIA 반도체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루리아는 엔비디아 추천 의견을 중립으로, 목표주가는 135달러를 제시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