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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반도체 투자, AI 쏠림 가속...전통 수요는 '빨간불'

TSMC·하이닉스는 AI 투자 확대하는 반면, 인텔·삼성은 투자 축소
인쇄 회로 기판에 반도체 칩이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쇄 회로 기판에 반도체 칩이 보인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AI와 비(非) AI 영역으로 뚜렷하게 양분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 10곳의 2024 회계연도 설비 투자액이 전년 대비 2% 줄어든 1233억 달러(약 180조5358억 원)를 기록했다고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기업들이 당초 계획했던 투자 규모보다 95억1502만 달러(약 13조9338억 원) 감소한 수준이다.

전기차와 스마트폰 시장의 급격한 냉각이 반도체 투자 위축을 불러왔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디지털 기기 수요가 크게 감소한 데다, 중국의 경기 둔화까지 겹치며 시장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됐다. 파워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의 요헨 하네베크 최고경영자(CEO)는 13일 뮌헨 본사에서 열린 실적 발표회에서 "유럽과 미국의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다"며 "대부분 시장에서 수요 회복이 더디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전략도 뚜렷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인텔은 2024년 설비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0% 이상 줄인 250억 달러(약 36조6000억 원)로 발표했다. 회사는 2024년 7~9월 분기에 166억 달러(약 24조3024억 원)의 사상 최대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파운드리 사업 부진과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고전이 투자 축소로 이어졌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삼성전자도 2024년 반도체 투자를 전년 대비 1% 감소한 350억 달러(약 51조2400억 원)로 조정했다. 이는 5년 만의 투자 감소다. PC와 스마트폰 수요 부진이 주된 원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반면 AI 반도체 호황은 TSMC와 SK하이닉스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TSMC는 300억 달러(약 43조92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AI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는 TSMC는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수혜를 입고 있다. SK하이닉스도 2028년까지 5년간 761억4426만 달러(약 111조4752억 원)를 투자해 AI용 메모리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반도체 굴기를 향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4년 말 444억2310만 달러(약 65조132억 원) 규모의 국책 반도체 펀드를 조성했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에 맞서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2024년 가을 전망에서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6269억 달러에 이르며, 전년 대비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분야 81%, 로직 회로 16.9%의 높은 성장이 예상되며, 지역별로는 미주 38.9%, 아시아태평양 17.5% 성장이 전망됐다. 실제로 2024년 10월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569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2.1% 증가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2024년 가을 전망에서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6269억 달러로, 전년 대비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메모리 분야의 81%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WSTS는 2025년에도 시장이 11.2% 성장해 6972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의 미나미카와 아키라 수석 애널리스트는 13일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신규 공장 투자 속도가 둔화하고 있어 세계 반도체 투자는 2025년에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외 AI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장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와 스마트폰 시장의 회복세,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의 향방이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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