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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세계 경제 주도권 굳히나…중국은 '침체' 우려

노정용 기자

기사입력 : 2023-09-18 14:25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 주도권 굳히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 주도권 굳히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주요 20개국(G20) 정상선언은 "우리는 하나의 지구, 하나의 가족이며, 하나의 미래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승자와 패자로 양분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타격을 입은 주요 국가와 지역 중 "미국만 완전히 회복했다"고 지적했다. 세계 전체 GDP는 코로나 사태 이전 예상보다 수조 달러 적다. 미국은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유로존은 2%, 중국과 다른 신흥‧개발도상국은 5%가량 밑돈다.

중국의 반전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기록했다. 전염병과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 지출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자원과 식량 가격 상승과 공급망 혼란과 맞물려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이를 막기 위한 급격한 통화 긴축은 경기 침체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중견 은행들의 파산까지 유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회복력은 상대적으로 강해 '나홀로 승리'라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유럽은 에너지 위기로 인해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독일은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성장 투자가 부족해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 이를 두고 '유럽의 병자'인 독일이 '동서독 통일 이후의 장기 침체 재림'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영국은 브렉시트의 대가로 무역과 투자 확대가 가로막혀 GDP가 하락했다. 유럽 연구기관 유럽개혁센터의 존 스프링포드에 따르면, 브렉시트는 2022년 4~6월 기준 GDP를 5.5% 낮추는 요인이 됐다.

일본은 임금과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통념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만,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리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도 부동산 거품 붕괴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일본화'되어 디플레이션에 빠질 우려가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GDP가 미국을 앞지르는 시기가 기존 30년대 초반에서 40년대 중반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중 역전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미국,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지난 몇 년간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국 경제가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내각부는 지난 8월 '세계 경제의 흐름'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 경제의 회복력 차이를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활발한 이직이 임금 상승을 촉진하고, 물가 상승을 상회하는 속도로 소득이 증가해 소비를 자극한다. 반면 유로존에서는 노사 협상이 임금 상승을 견인하지만, 소득 증가가 물가 상승으로 상쇄돼 소비가 제자리걸음을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과잉 저축은 미국에서는 환수가 진행되고 유로존에서는 축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상황의 차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소득 유입(교역 흑자), 유로존에서는 소득 유출(교역 적자)이 발생하는 것도 주요 요인이다.
미국에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민간의 역동성이 맞물려 노동 이동과 소비 활동 등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광활한 내수 시장과 셰일가스 혁명, 이민자 유입을 바탕으로 수출 환경 악화와 에너지 위기, 저출산 고령화 등의 부담에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여력이 있다. 단기적 요인과 중장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는 앞으로도 긍정적인 전망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경제정책을 통해 중국, 일본, 유럽을 더욱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의 국내 회귀와 온난화 대책 등을 촉진하기 위해 공적 보조금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민간 기업이 지금까지 발표한 미국 투자 계획은 총 5100억 달러(약 675조 원)에 달한다.

뉴욕타임스 데이비드 브룩스는 최근 칼럼에서 "경쟁자는 비틀거리다가 쓰러진다. 우리는 비틀거리면서도 어떻게든 다시 일어선다"면서 미국의 '르네상스'가 꽃피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뀔 수 있는 세계의 승자와 패자


물론 낙관할 수만은 없다. 현재 자원 강세는 인플레이션 재연 위험을 높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19~20일 차기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보류하더라도 연내 추가 긴축을 단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과잉 저축의 바닥과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등이 겹치면서 소비가 둔화돼 경기 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

또한, 대규모 재정 지출과 보호주의적 산업-통상 정책의 후폭풍도 우려된다. 2023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재정적자는 전년 대비 60% 증가하는 속도로 확대될 것이다. '너무 큰 정부'는 국가 재정을 압박할 뿐만 아니라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미국은 세계의 압박을 받지 않고 번영의 오아시스를 영원히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25년 전 아시아 통화위기, 일본 금융위기, 러시아 루블화 위기 등이 겹쳤을 때 당시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남긴 말이다.

중국은 아무리 기세가 둔화되더라도 나폴레옹이 '잠자는 사자'라고 표현한 것처럼 언젠가는 각성할 것이다. 독일도 한때 '유럽의 패자'로 칭송받았지만, 그 저력은 여전하다. 세계 경제의 승자와 패자는 바뀔 수 있다. 2008년 9월 리먼 쇼크는 미국 스스로가 치명상을 입었음을 보여준다. 번영의 오아시스를 오래 독점할 수 있다고 자만하지 않는 것이 좋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