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전국 11개 장애인합창단 부산서 대공연...음악보다 귀중한 소통과 연대

장거리 이동·숙식 등 비용 소요...상시 후원·결연 체제 구축에 공감대
'나눔이음' 출발 알려...우수 합창단 일본 국제대회 참가 지원도

지난 29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2026 장애인 합창단 초청 음악회'가 성료 됐다. 사진= 장애인 합창단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9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2026 장애인 합창단 초청 음악회'가 성료 됐다. 사진= 장애인 합창단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장애인합창단 11개 팀이 부산에 모여 음악으로 교류하고 한 번의 공연을 넘어 장애인 문화예술의 지속 가능한 활동 기반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새로운 연대의 출발을 알렸다.

지난 29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26 장애인 합창단 초청 음악회’에는 △경상북도여성장애인복지관 은가비합창단 △완주장애인합창단 ‘꽃’ △대구라온휠합창단 △KYCU 에바다합창단 △옥구슬합창단 △부산베데스다합창단 △이지글리합창단 △부산 단디소리합창단 △코웨이물빛합창단 △골프존파스텔합창단 △어울림시각장애인합창단이 참여했다.

서울·부산·대구·대전·경북·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합창단들은 각자의 음악적 색깔을 선보이는 한편, 공연 이후에도 서로의 활동을 연결하고 기업·시민·전문가와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네트워크 구축에 뜻을 모았다.

공연 한 번보다 어려운 것은 ‘다음 공연’


이번 음악회의 목적은 11개 장애인합창단의 무대를 한 차례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전국에는 실력과 열정을 갖춘 장애인합창단이 많지만 안정적인 후원 기반을 확보한 합창단은 많지 않다. 연습장과 지휘자·반주자 비용, 악보와 의상, 공연장 사용료뿐 아니라 장애인 단원들의 장거리 이동을 위한 차량, 보호자 및 활동지원 인력, 식사와 숙박 등 공연을 위해 필요한 비용도 적지 않다.

특히,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소규모 합창단은 특정 사업의 보조금이나 일회성 후원, 단원과 가족들의 부담에 의존해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공연 한 번을 성사시키더라도 공연이 끝나면 다시 다음 활동을 위한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부산 음악회는 바로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장애인합창단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의 박수가 아니라 다음 무대를 계속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이라는 취지 아래 전국 장애인합창단이 서로 연결되고 기업·시민·전문가와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상시 후원·결연 체계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지속적인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이번 음악회를 계기로 ‘나눔이음’의 출발도 함께 알렸다. 나눔이음은 장애인합창단을 단순히 외부의 지원을 기다리는 수혜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장애인합창단이 직접 네트워크의 구성원이 되어 서로의 공연과 활동을 알리고 필요한 자원을 공유하며 새로운 후원자와 기업을 함께 발굴하는 자조적이고 지속 가능한 연결망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합창단이 어려움을 겪을 때 다른 합창단과 지역사회가 연결되고 기업의 후원 역시 한 번의 행사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합창단과 지속적인 결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간다는 구상이다. 공연 정보와 교류공연, 기업 후원, 이동 지원, 국제대회 참가, 자원봉사와 지역사회 자원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연결하는 것이 나눔이음의 주요 방향이다.

현장 참여형 평가에서 전국 참여형 평가로 확대


이번 행사에서는 향후 지원 대상 합창단을 선정하는 과정에도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전문적인 평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연을 직접 관람한 장애인과 관객이 모바일을 통해 각 합창단의 무대를 평가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참여형 평가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장애인 문화예술 행사에서 관객을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평가와 의견 제시에 참여하는 주체로 세우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연 후에는 11개 합창단의 공연영상을 활용해 부산 현장에 직접 오지 못했던 전국의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네트워크, 문화예술 및 관련 분야 전문가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시작한 참여형 평가를 공연 이후 전국 단위의 영상평가로 확장해 현장자료와 장애인 네트워크 및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취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지원 대상 합창단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의 공연장을 넘어 전국 장애인이 함께 보는 무대로

장애로 인해 장거리 이동이 어렵거나 지역적 여건으로 부산 현장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장애인들도 공연영상을 통해 11개 합창단의 무대를 보고 의견을 나누며 평가에 참여했다. 주최 측은 이를 통해 단순히 어느 합창단이 높은 평가를 받았는지를 결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국에서 어떤 장애인합창단이 활동하고 있는지 서로 알게 하는 것 자체를 하나의 문화예술 교류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시각장애인, 발달장애인, 지체장애인 등 서로 다른 장애유형의 당사자와 가족, 전문가들이 다른 지역 장애인합창단의 공연을 접하고 음악을 매개로 서로의 활동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음악회가 일회성 합창행사가 아니라 전국 장애인이 예술과 음악으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상시 네트워크의 출발점을 지향하는 이유다.

‘우승팀’ 발표 대신 후속 지원에 초점


이번 행사는 일반적인 경연대회처럼 공연 직후 한 팀의 우승자를 발표하고 행사를 종료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대신, 공연영상과 현장자료, 전국 장애인 네트워크와 전문가들의 후속 평가 등을 종합해 약 5개 합창단을 중심으로 향후 지원을 할 예정이다.

또 선정된 합창단에 대해서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합창콩쿠르 참가 지원을 비롯해 다양한 후속 지원도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도쿄국제합창콩쿠르 참가 역시 이번 사업의 최종 목적은 아니다.

국제대회 참가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통해 장애인합창단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전국의 합창단과 장애인 네트워크, 기업과 시민을 연결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다. “오늘의 무대가 도쿄로 이어지고, 도쿄에서 얻은 경험이 다시 전국 장애인합창단의 다음 무대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무대를 만들며 각 합창단의 개성과 음악적 색깔을 선보였다. 사진=장애인합창단이미지 확대보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무대를 만들며 각 합창단의 개성과 음악적 색깔을 선보였다. 사진=장애인합창단


무대에 서기까지의 전 과정도 지원


이번 음악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단순히 공연 당일 무대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 각 합창단이 실제로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공연 외적인 준비에도 상당한 비중을 뒀다.

참가팀별 단원·지휘자·반주자·연주자·공연스태프 명단을 사전에 취합하고, 실제 무대 출입 인원과 공연 안전교육 수료 여부를 개별적으로 확인했다.

합창단별 공연곡과 공연시간, 리허설 시간도 개별 협의를 거쳤으며 피아노·마이크·보면대·악기 등 필요한 무대장비를 사전에 파악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단원이 있는 합창단의 경우 무대 이동과 동선도 별도로 확인했다.

장거리 이동 역시 중요한 과제였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합창단을 위해 부산역과 부산시민회관 사이의 이동 차량을 마련했으며 대구·대전·완주·포항·의성 등에서 참가한 팀들의 버스와 도착시간도 개별적으로 조율했다. 이는 장애인 문화예술의 접근성을 단순히 ‘휠체어가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가’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애인 예술가가 자신의 지역에서 출발해 공연장에 도착하고, 리허설과 공연을 마친 뒤 다시 안전하게 귀가하는 전체 과정이 문화예술 참여권의 일부라는 판단이다.

11개 합창단이 보여준 서로 다른 음악


이날 공연에서는 전국 장애인합창단의 다양한 음악적 색깔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은가비합창단을 시작으로 완주장애인합창단 ‘꽃’, 대구라온휠합창단, KYCU 에바다합창단, 옥구슬합창단, 부산베데스다합창단, 이지글리합창단, 부산 단디소리합창단, 코웨이물빛합창단, 골프존파스텔합창단, 어울림시각장애인합창단이 차례로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아카펠라와 퍼커션을 활용한 무대부터 피아노와 함께한 합창,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공연까지 합창단별 특성을 살린 다양한 무대가 이어졌다. 특히, 마지막 무대에 오른 어울림시각장애인합창단은 부산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단장과 단원들의 재능기부로 함께 무대를 꾸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음악으로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합창과 연주를 통해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낸 이번 무대는 ‘어울림’이라는 합창단의 이름처럼 서로의 다름을 넘어 함께하는 의미를 보여주며 공연의 감동을 더했다.

후원받는 합창단에서 서로 연결하는 합창단으로


나눔이음은 앞으로 단순한 후원금 모집조직을 넘어 장애인합창단과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상시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각 합창단이 필요한 지원을 직접 제안하고, 다른 지역의 합창단 활동을 서로 알리며, 기업과 개인 후원자를 연결하는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여력이 있는 지역기관이나 합창단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합창단과 경험과 자원을 나누는 방식도 추진한다. 기업 역시 단발성 행사협찬에 그치지 않고 특정 합창단과 장기적인 결연을 맺어 해당 합창단의 성장과 공연활동을 지속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정기후원과 결연, 지역 간 교류공연, 이동 및 공연비 지원, 기업 연계, 국제대회 참가 지원 등을 하나의 연결된 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한 번의 공연이 아닌 전국 문화예술 네트워크로


이번 부산 음악회의 의미는 ‘누가 1등을 했는가’에만 있지 않다. 11개 장애인합창단이 같은 무대에 섰고 그 무대가 영상으로 다시 전국의 장애인들에게 전달되며, 현장에 오지 못한 장애인들도 평가와 의견 제시에 참여하고 그 관계가 향후 후원과 교류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무대에 선 장애인과 객석에 앉은 장애인, 집에서 공연영상을 보는 장애인이 모두 하나의 문화예술 네트워크 안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행사 관계자는 “전국에는 훌륭한 장애인합창단이 많지만 정기적인 후원이 없어 어렵게 활동을 유지하는 작은 합창단도 많다. 한 번 공연장을 빌려주고 한 번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이번 행사는 합창단들이 서로 만나고 스스로 조직돼 후원자와 기업, 전문가를 연결하고 지속적인 활동 기반을 만들어보자는 시도다 나눔이음도 바로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는 공연을 직접 본 장애인과 관객이 모바일로 평가에 참여하는 방식을 처음 시도했다”며 “현장에서 시작한 참여를 공연영상으로 이어 부산에 오지 못한 전국의 장애인과 관련 전문가까지 함께 보고 의견을 나누는 구조로 확장한 것 자체가 이번 사업의 중요한 의미”라고 밝혔다.

또한 “선정 역시 특정 한 팀의 우승을 발표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합창단의 다음 무대를 실제로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이번 경험을 토대로 현장 안내와 시각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정보접근 등 부족했던 부분도 보완해 다음 행사에서는 더욱 세심하게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번의 박수로 끝나지 않도록


이번에 부산시민회관에 모인 11개 합창단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왔고 장애유형과 음악적 색깔도 서로 달랐다. 하지만 이들이 부산에 모인 목적은 같았다. 좋은 공연을 하고도 다시 다음 무대를 걱정해야 하는 구조를 바꾸고 한 번 맺어진 관계를 지속적인 후원과 교류로 이어가는 것이다.

현장에 직접 올 수 있었던 장애인뿐 아니라 참석하지 못했던 전국의 장애인들도 공연영상을 통해 함께 보고 의견을 나누며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부산 음악회는 11개 합창단의 공연이 종료된 행사가 아니다.

공연영상은 다시 전국으로 전달되고, 평가는 계속되며 선정된 합창단의 다음 무대를 지원하는 과정과 참가 합창단들의 상시적인 후원·결연 네트워크 구축도 이어진다.

그리고 그 의미는 도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부산에서 시작한 한 번의 합창이 도쿄로, 다시 전국의 장애인합창단으로, 그리고 현장에 직접 오지 못했던 장애인들에게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부산 장애인합창단 초청 음악회와 나눔이음이 만들고자 하는 ‘다음 무대’이다.


김태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ed3955@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