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문에서 보화루까지 이어지는 소나무 숲…1714년 조성된 ‘금포정’
계곡 물길 따라 솔바람·숲길 나란히…팔공산에서 느끼는 또 다른 영천
계곡 물길 따라 솔바람·숲길 나란히…팔공산에서 느끼는 또 다른 영천
이미지 확대보기가을이 깊어지면 영천 청통면 은해사 주변 산자락이 붉고 노랗게 물든다.
오래된 전각과 팔공산 단풍이 한데 들어오는 계절이다.
은해사는 영천 9경 제1경으로 꼽힐 만큼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찰로 들어가는 길에도 따로 눈여겨볼 풍경이 있다.
일주문에서 보화루까지 약 2㎞ 이어지는 금포정길이다.
300년을 넘긴 소나무가 길 양쪽을 채우고 숲 옆으로 물길이 이어진다.
가을에는 늘 푸른 송림 사이로 활엽수가 물들고 길가에는 낙엽이 내려앉는다.
단풍만 좇는 길과는 다른 팔공산의 가을이다.
금포정길 앞에서 먼저 만나는 숲…연못·정자 품은 도시숲
이미지 확대보기금포정길에 들어서기 전 은해사 입구에서는 도시숲을 먼저 만난다.
울창한 나무 사이에 연못과 정자가 자리하고 산책길과 쉼터가 이어진다.
곧장 사찰로 향하는 길에서 잠시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공간이다.
물가 주변으로 나무가 우거져 있고 정자에서는 숲과 연못을 함께 바라볼 수 있다. 가을에는 주변 나무가 물들면서 여름의 짙은 녹음과 다른 풍경을 만든다.
이미지 확대보기도시숲을 지나 은해사 일주문에 가까워지면 숲의 모습도 달라진다.
연못과 정자가 있던 공간에서 오래된 소나무가 길게 이어지는 금포정 송림으로 풍경이 넘어간다.
일주문부터 보화루까지 2㎞…300년 소나무 길
이미지 확대보기금포정길은 은해사 일주문에서 시작한다.
보화루까지 약 2㎞ 구간에 오래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숲은 1714년 조선 숙종 때 조성됐으며 지금도 300년생 송림이 남아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길의 풍경은 소나무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키 큰 송림 아래로 걷는 길이 이어지고 한쪽에서는 계곡물이 흐른다.
햇빛이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구간과 짙은 그늘이 번갈아 나타난다.
이미지 확대보기가을에는 색의 대비가 뚜렷해진다.
소나무는 짙은 녹색을 유지하고 주변 활엽수는 붉고 노랗게 변한다. 계곡 가장자리와 숲길에는 낙엽이 쌓인다.
목적지인 은해사까지 서둘러 지나가는 진입로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2㎞를 채운 송림과 물길 자체가 금포정길의 풍경을 만든다.
왜 ‘금포정’일까…300년 숲에 남은 이름
금포정이라는 이름에도 숲의 역사가 담겨 있다.
1714년 이 일대에 숲을 조성한 뒤 짐승을 잡거나 생명을 해치는 일을 금했다.
‘금포정(禁捕町)’의 ‘금’은 금한다는 뜻이고, ‘포’는 짐승을 잡는다는 뜻이다. ‘정’은 마을이나 구역을 뜻한다.
사냥과 포획을 금했던 곳이라는 의미가 금포정이라 불리게 된 배경이다.
이미지 확대보기300년 전 시작된 송림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2007년부터 경내 일대에 해마다 약 1000주의 금강소나무를 심어 숲을 가꾸고 있다.
오래된 소나무 사이에 새로운 나무를 더하며 송림의 시간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이미지 확대보기길을 걷는 재미도 오래된 나무에서 나온다.
굵은 줄기의 고목이 길 가까이까지 내려오고 여러 세대를 거친 소나무가 숲의 층을 만든다.
가을 낙엽 아래에서도 금포정길의 중심은 여전히 푸른 송림이다.
300년 솔숲 끝에 은해사…보화루에서 만나는 또 다른 풍경
이미지 확대보기2㎞ 남짓한 금포정길을 걷고 나면 숲 너머로 은해사 보화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300년 송림 속에서 걷던 풍경도 이 지점에서 달라진다.
오래된 소나무 대신 목조건물의 처마와 마당, 팔공산 산자락이 시야에 들어온다.
보화루에서는 현판 글씨도 눈길을 끈다.
은해사 보화루와 대웅전 등에 걸린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로 전해진다.
숲길 끝에서 만나는 천년고찰에 조선 후기 명필의 흔적까지 남아 있는 셈이다.
이미지 확대보기가을에는 은해사의 색도 짙어진다.
늘 푸른 송림을 빠져나오면 붉고 노랗게 물든 팔공산과 오래된 전각이 한 화면에 잡힌다.
금포정길의 매력은 목적지인 은해사에만 있지 않다.
일주문에서 보화루까지 걷는 2㎞ 동안 300년 소나무와 계곡물, 낙엽 깔린 숲길이 차례로 풍경을 바꾼다.
천년고찰에 닿기 전 300년 숲을 먼저 걷는 것. 금포정길이 은해사로 가는 진입로보다 하나의 여행길로 기억되는 이유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