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이어 모트라스·포스코·HD현대중까지 쟁의 확산
최근 10년 노사분규 매년 100건 넘어…2023년 파업 일본의 5.7배
외투기업 57% “한국 노사관계 대립적”…막판 타결보다 반복 교섭 구조 개선해야
최근 10년 노사분규 매년 100건 넘어…2023년 파업 일본의 5.7배
외투기업 57% “한국 노사관계 대립적”…막판 타결보다 반복 교섭 구조 개선해야
이미지 확대보기28일 오전 3시50분. 울산지역 6개 시내버스업체 노사는 시급 5% 인상 등에 합의했다.
전면파업 예정 시각은 오전 4시였다. 지난해 702대가 19시간 멈췄던 상황은 피했다.
임금협상과 교섭 결렬, 파업 예고와 막판 타결이 주요 사업장에서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올여름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을 벌였고 지난 25일 잠정합의에 도달했다.
이어 현대모비스 자회사 모트라스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가면서 현대차 울산공장 일부 생산라인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철강과 조선도 비슷하다.
포스코 노조는 임금교섭 결렬 시 부분파업을 예고했고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쟁의 수순에 들어갔다.
자동차에서 부품, 철강, 조선, 버스까지 업종은 달라도 임금교섭이 파업으로 번지는 장면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파업 멈춰도 비용은 남는다…시민·기업까지 영향
버스파업의 충격은 노사 사업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6월 울산에서는 시내버스 702대가 19시간 동안 운행을 멈췄다.
시민들은 택시와 가족 차량 등 다른 이동수단을 찾아야 했다.
2019년 평일 파업 때는 출근길 차질이 빚어졌고 학교 14곳이 재량휴업에 들어갔다. 12곳은 등교시간을 늦췄다.
올해 파업이 현실화했다면 108개 노선 709대가 멈출 예정이었다.
울산시는 전세버스와 택시 운행 확대, 기업체 통근버스 증편까지 준비했다.
노사가 임금을 협상하지만 파업의 비용은 시민과 기업, 협력업체까지 번진다.
10년 동안 한 번도 100건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최근의 연쇄 파업은 체감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용노동부의 노사분규 통계를 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노사분규는 매년 100건을 넘었다.
지난해 파업 등에 따른 근로손실일수는 39만3000일이었다.
업종도 지금 산업현장의 모습과 겹친다.
지난해 전체 노사분규 123건 가운데 제조업이 52건으로 42.3%, 운수·창고업이 19건으로 15.4%였다.
두 업종만 전체의 57.7%를 차지했다.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분규도 64건으로 전년보다 늘었다.
파업이 특정 산업의 예외적 사건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이미지 확대보기왜 해마다 다시 협상하고 다시 멈추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임금이다.
물가가 오르면 노동자는 실질소득을 지키기 위해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성과를 더 배분하라는 요구가 커진다.
최근에는 정년 연장과 통상임금, 성과급, 고용보장까지 한 교섭 테이블에 올라온다.
회사도 물러서기 어렵다.
기본급 인상은 그해 한 번 지급하고 끝나는 비용이 아니다. 상여금과 수당, 퇴직급여 등에 누적될 수 있다.
글로벌 경쟁과 경기 하락에 대비해야 하는 기업은 고정비 확대를 경계한다.
이 이해관계가 매년 충돌한다.
한국 노사관계의 구조도 영향을 준다.
OECD는 한국의 단체교섭이 기업 단위에 집중돼 있고 교섭 조정 수준이 낮은 국가로 분류한다.
같은 산업에서도 회사마다 임금과 성과급을 따로 협상한다.
한 기업의 임금·단체협약 합의가 다른 회사 노사의 협상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법이 매년 새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아니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노사가 합의해 최대 3년까지 정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럼에도 주요 사업장에서는 임금교섭이 사실상 연례 일정처럼 굳어졌다.
협상이 평온하게 끝나면 문제될 이유는 없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파업권 확보와 실제 작업중단까지 같은 과정이 반복되는 점이 문제다.
일본보다 파업 5.7배…외투기업 57% “한국 노사관계 대립적”
한국의 잦은 노사갈등은 국제 비교에서도 두드러진다.
2023년 국내 파업은 223건이었다. 같은 해 일본은 39건으로 한국이 5.7배 많았다.
일본의 취업자 규모가 한국의 두 배를 넘는 점까지 감안하면 상대적인 파업 발생 빈도 차이는 더 커진다.
외국인투자기업의 평가도 냉정했다.
지난해 외투기업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57%가 한국 노사관계를 ‘대립적’이라고 평가했다.
‘협력적’이라는 응답은 7%에 그쳤다.
한국의 노사협력 수준을 100으로 놓고 비교했을 때 미국은 122, 독일 120.8, 일본 115로 모두 한국을 웃돌았다.
이미지 확대보기외투기업들이 지적한 노동조합 관행도 파업 문제에 집중됐다.
개선이 가장 시급한 항목으로 상급 노동단체와 연계한 정치파업이 35%로 가장 많았다.
사업장 점거 등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파업행태가 26%,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투쟁적 활동이 18%로 뒤를 이었다.
이미지 확대보기다른 국가에서도 임금과 근로조건을 둘러싼 파업은 발생한다.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같은 갈등이 해마다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자동차와 부품, 조선, 철강, 운수 등 주요 산업에서 임금교섭이 결렬되면 쟁의권 확보와 파업 예고, 작업중단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국내 노사분규가 최근 10년 동안 단 한 해도 100건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것도 이런 흐름과 겹친다.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교섭 방식부터 바꿔야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다.
임금 인상도 정당한 교섭 대상이다. 기업도 경영 여건과 비용을 따져 인상 폭을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같은 갈등이 해마다 반복된다는 점이다.
협상이 깨지면 파업을 예고하고 생산라인이 멈춘다.
시민과 협력업체까지 영향을 받는다. 막판에 합의해도 다음 해 다시 같은 과정을 밟는다.
외국인투자기업들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협력적 노사관계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노사 간 공동체 의식 확립 35%, 노조의 투쟁 중심 인식 개선 22%, 이념·정치투쟁 지양 17%를 꼽았다.
정부와 국회에는 노동유연성 확대 28%, 불법·부당한 노조 활동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22%, 다양한 고용형태 확대 17%를 주문했다.
해법은 매년 같은 협상을 처음부터 되풀이하지 않는 데 있다.
물가와 생산성, 기업실적을 임금에 반영하는 기준을 미리 정하고 여러 해 적용할 수 있는 교섭 틀을 넓힐 필요가 있다.
정년과 고용, 퇴직금 같은 장기 문제도 매년 임금협상에 한꺼번에 묶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28일 울산 버스는 멈추지 않았다.
자동차 파업이 끝난 뒤 부품업체가 멈췄고 철강과 조선에서는 다시 쟁의 절차가 이어지고 있다.
막판 타결을 반복하는 것보다 같은 갈등이 매년 다시 시작되지 않도록 교섭 구조를 바꾸는 일이 먼저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