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텍 관광사업서 출발...어느새 ‘울릉도 대표’ 수식어
울릉군·관광공사 참여 여행자센터에도 ‘울라’ 이름…민간 브랜드와 공공 상징 경계 논란
오징어 ‘오기동이’·호박 ‘해오랑’은 뒤로…“울릉의 정체성 누가 결정하나”
울릉군·관광공사 참여 여행자센터에도 ‘울라’ 이름…민간 브랜드와 공공 상징 경계 논란
오징어 ‘오기동이’·호박 ‘해오랑’은 뒤로…“울릉의 정체성 누가 결정하나”
이미지 확대보기■ 울릉도 하면 떠오르던 것은 오징어와 호박이었다.
검푸른 동해에서 잡아 올린 오징어와 척박한 섬의 환경에서도 자라난 울릉 호박은 단순한 특산물을 넘어 오랜 세월 울릉도를 기억하게 하는 상징이었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울릉도를 소개하는 관광 현장의 한복판에 거대한 ‘고릴라’가 등장했다.
이름은 ‘울라(ULLA)’.
각종 관광 콘텐츠와 축제, 기념품, 여행자센터 등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노출되면서 이제는 일부 자료에서 아예 ‘울릉도 대표 캐릭터’라는 수식어까지 붙는다.
그렇다면 '울라'는 언제, 누구에 의해 울릉도의 ‘대표’가 된 것일까.
■ 울릉군 캐릭터의 뿌리는 오징어와 호박
울릉군 캐릭터의 역사를 살펴보면 울릉도의 지역적 정체성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가 보다 분명해진다.
2006년 경북지역 캐릭터 관련 연구자료에는 울릉군에서 사용하는 캐릭터로 ‘해오랑’과 ‘오기동이’가 명시돼 있다.
특히 ‘오기동이’는 울릉도 오징어를 상징해 만들어졌으며 청정 울릉도를 나타내기 위해 푸른색을 사용한 것으로 설명돼 있다.
즉 울릉도의 자연환경과 특산물을 캐릭터에 투영한 것이다.
울릉도를 대표해 온 오징어와 호박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주민들의 삶과 산업, 섬의 역사와 관광 이미지가 오랜 시간 축적된 지역 자산이다.
그런데 최근 관광객이 접하는 울릉도의 캐릭터 환경은 상당히 달라졌다.
그 중심에 울라가 있다.
■ ‘울라’의 출발점은 울릉군이 아니라 민간기업
울라의 탄생 배경을 따라가면 중요한 차이가 확인된다.
울라는 울릉군이 행정기관 차원에서 만든 캐릭터가 아니라 코오롱글로텍의 울릉도 관광사업 과정에서 개발된 캐릭터다.
코오롱글로텍이 울릉군 북면 추산리에서 운영하는 코스모스리조트 주변에 2020년 ‘울릉도 고릴라’ 테마 공간을 열면서 울라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울라는 ‘울릉도 고릴라’의 줄임말로 소개됐다. 코스모스리조트 인근 추산, 즉 송곳산의 형상에서 고릴라 이미지를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울라 자체는 민간기업이 울릉도의 자연경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낸 관광 브랜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민간기업이 지역을 소재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개발하는 것 자체는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상품을 개발하며 지역 상권과 협업한다면 오히려 울릉 관광산업의 외연을 넓히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 어느 순간 등장한 ‘울릉도 대표 캐릭터’라는 표현
울라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눈에 띄는 표현이 등장한다.
‘울릉도 대표 캐릭터’다.
2023년 울릉도 나리분지에서 열린 ‘울라 윈터 피크닉’을 소개한 자료에서는 울라를 ‘울릉도 대표 캐릭터인 울릉도 고릴라 울라’라고 표현했다.
2023년 코오롱글로텍의 울릉도 특산품 구독서비스를 소개한 보도에서도 같은 취지의 ‘울릉 대표 캐릭터’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여기서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민간기업이 개발한 관광 캐릭터가 인기를 얻어 사실상 지역의 유명 캐릭터가 되는 것과 행정기관 또는 지역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대표 캐릭터’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누가 울라에 ‘대표’라는 지위를 부여했는지, 공식적인 선정 절차나 주민 의견수렴 과정이 있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 결정적 변곡점 ‘울라 웰컴하우스’
울라의 확산 과정에서 특히 주목할 곳은 ‘울라 웰컴하우스’다.
관련 연구자료에 따르면 울릉군과 한국관광공사, 코오롱글로텍은 2022년 울릉 관광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고, 이에 따른 첫 사업으로 여행자센터 ‘울라 웰컴하우스’가 조성됐다.
민간기업 캐릭터였던 울라가 공공 관광정책의 영역과 접점을 갖게 된 셈이다.
여행자센터는 관광안내와 휴식, 물품보관뿐 아니라 관광기념품 개발·판매 등의 기능까지 담당한 것으로 소개된다.
더욱 눈여겨볼 대목은 해당 연구자료가 울라에 대해 코오롱글로텍이 울릉도 관광사업을 시작하면서 개발한 캐릭터라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더욱 분명해진다.
왜 공공성이 강한 여행자센터에 특정 민간기업이 개발한 캐릭터의 이름이 사용됐는가.
그 과정에서 울릉군의 기존 캐릭터나 울릉도의 전통적인 지역 상징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은 검토됐는가.
또 브랜드 사용과 운영권, 캐릭터 관련 수익사업의 구조는 어떻게 설계됐는가.
이는 반드시 행정자료와 협약서를 통해 확인할 부분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오기동이·해오랑’은 어디로 갔나
울라가 성공적인 관광 콘텐츠인지 여부와 별개로 울릉군이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지역 정체성이다.
오징어와 호박은 수십 년간 울릉도를 대표해 온 특산물이자 주민들의 생업과 연결된 상징이다. 울릉군 역시 이를 모티브로 캐릭터를 만들어 사용해 왔다.
그런데 민간 관광사업에서 출발한 고릴라 캐릭터가 막강한 마케팅과 상품화, 대형 조형물, 축제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울릉도 대표 캐릭터’라는 표현까지 따라붙는다면 관광객에게는 어떤 이미지가 남겠는가.
울릉도를 처음 찾은 관광객에게 울라는 울릉군 공식 캐릭터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논쟁의 핵심을 ‘울라냐, 오징어·호박이냐’는 캐릭터 선호 문제로 좁혀서는 안 된다.
본질은 공공의 지역 브랜드와 민간기업 브랜드 사이의 경계를 행정이 얼마나 명확하게 관리하고 있느냐에 있다.
■ 지역 상생인가, 민간 브랜드의 공공영역 확장인가
물론 울라 프로젝트가 울릉 관광에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도 평가해야 한다.
지역 소상공인과의 협업, 관광상품 개발, 비수기 겨울관광 활성화, 특산품 판매 확대 등은 울릉도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관광산업의 과제와 맞닿아 있다.
실제로 울라를 활용한 겨울 피크닉과 지역 상권 연계 프로그램 등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과 공공 브랜드 관리 문제는 별개다.
민간기업의 캐릭터가 성공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그 지역 전체를 대표하는 공공적 상징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관 협력사업일수록 공공과 민간의 영역을 명확히 하고 주민들에게 그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 결국 물어야 할 것은 “울릉도의 얼굴은 누가 결정하는가”
울라는 잘 만들어진 관광 캐릭터일 수 있다.
관광객에게 사랑받고 울릉도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과 ‘울릉도를 대표하는 캐릭터’라는 지위는 다른 문제다.
울릉도의 상징은 특정 기업이나 행정기관 어느 한쪽만의 것이 아니다.
오징어잡이 배를 타고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어민들, 호박과 산채를 길러온 주민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울릉이라는 이름과 함께 살아온 섬 주민들이 축적해 온 공동의 자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울라를 배척하는 일이 아니라 울라가 어떤 과정을 거쳐 민간 관광 캐릭터에서 ‘울릉도 대표 캐릭터’로 불리게 됐는지 투명하게 확인하는 일이다.
울릉군은 울라를 공식적인 울릉군 대표 캐릭터로 인정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언제, 어떤 절차를 거쳤는가.
아니라면 민간기업 캐릭터에 ‘울릉도 대표’라는 표현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상황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또 울라 웰컴하우스를 비롯한 민관 협력사업에서 캐릭터와 상표의 사용 조건, 사업비 부담, 운영권과 수익 구조는 어떻게 정해졌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오징어와 호박으로 대표됐던 울릉도의 고유한 브랜드를 앞으로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
울릉도 곳곳에 커다란 고릴라가 등장한 지금, 울릉군이 답해야 할 질문은 의외로 간단하다.
“울릉도의 얼굴은 과연 누가 결정하는가.”
조성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c913@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