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영상은 바닥에 길게 뻗은 수평적 대열과 중앙의 강한 수직적 조명, 라인이 대립하며 인간계(지상=수평)와 하늘계·저승(천상=수직)의 경계를 직관적으로 시각화한다. 군무의 집단적 덩어리 감(感)과 혼불의 움직임에서 피라미드 형태로 뭉쳐진 무용수들의 몸은 이승에서 삶과 억겁의 업보, 영혼의 집합체를 연출하며, 유기적이고 묵직한 질감을 전달한다. 무용수들의 ‘혼불의 봉’은 천수관음이나 영혼의 빛처럼 원형으로 펼쳐지며 사후 구원의 제의적 움직임을 연출한다.
티베트 불교의 죽음 관(觀)과 사상적 배경은 바르도(Bardo)와 신성한 제의에서 온다. '사자의 서'의 철학적 뿌리는 8세기의 성자 파드마삼바바가 집대성한 '티베트 죽음의 서(Bardo Thodol, 바르도 퇴돌)'에 있다. 이 텍스트는 죽음을 삶의 종말이 아닌, ‘새로운 차원의 자각으로 들어가는 거대한 기회이자 중간 상태’로 정의한다. 그 시각적 성채(틈)는 숨을 거둔 후 다음 생을 받기까지 영혼이 환각, 광휘(光輝, 위압적인 환영을 만나는 49일이 ‘바르도(중유)’이다.
시각 및 세부 기교의 완성도를 위한 작업으로 영혼의 여정을 조형화한 무대 연출, 의상의 상징적 대립(백색 vs 검은 외피)이 눈에 띈다. 순수한 영혼과 제의적 신성함을 상징하는 백색 의상(승무의 고깔, 하늘거리는 도포, 저승사자의 서늘하고 위압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검은색 외피)의 극명한 색 대조가 생과 사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미지의 스크린에 갇힌 기형적 윤곽은 의식이 육체를 벗어났을 때 마주하는 바르도 상태의 혼란과 영적 유랑을 조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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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사자의 서'는 삶과 죽음, 윤회의 과정을 다루며 움직임, 영상 및 무대 기교면에서 시각적 감각을 도출한다. 죽음의 세계로의 진입을 기다리며 공중에 매달린 백색의 인간 형상들은 49일 동안 유랑하는 수많은 영혼의 존재를 입체적, 공간적으로 재현해 압도적인 중압감을 형성한다. 시각적 장치는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실존적 화두를 직면하게 만든다. 무용수들의 대칭적 구조(하늘계의 질서)와 뒤엉키는 비대칭적 역동성(인간계의 혼돈과 갈등)이 균형을 이룬다.
'사자의 서'는 죽음의 중압감을 정제된 현대적 미니멀리즘으로 승화시켜 미학적 우수성을 드러낸다. 무겁고 철학적인 주제를 한국 무용의 춤사위(승무, 살풀이춤 등)와 결합하여 단순한 슬픔이 아닌 영혼의 정화와 구원이라는 숭고한 미학으로 끌어올린다. 작품은 딥 블랙, 화이트, 미드나잇 블루, 조명의 원색적 빛만을 활용하여 압도적인 무채색 미학을 선보인다. 관객이 오롯이 무용수의 신체선, 혼불의 궤적, 죽음이라는 서사에 몰입하도록 절제미를 선보인다.
영상은 이미지 컷마다 시각적, 미학적 ‘영상(Filmic Staging)’ 연출의 특성을 보이며 ‘시네마 베리테(Cinéma Vérité)’적 작업은 독자 영역을 확보한다. 환영성과 질감으로 스크린(실리콘 막 안쪽)에 갇힌 신체 윤곽과 외부 무용수의 실체가 한 프레임 안에 공존, ‘이중 프레임’ 효과를 준다. 카메라 필터나 VFX(특수효과) 없이 무대를 ‘촉각적 스크린’으로 변모시켜, 영혼이 49재 동안 육체를 벗어나 차원의 벽을 넘나드는 환영적, 초현실적 심상을 영상적으로 완성한다.
모션 블러와 다이내믹 프레임으로 검은 외피와 백색 도포가 휘날리며, 인물들의 빠른 움직임과 공중 리프팅이 역동적으로 이뤄진다. ‘느린 동작’이나 ‘셔터 속도’의 미학을 실시간 무대에 이식한 연출이다. 흩날리는 옷자락과 춤사위는 렌즈 잔상 효과를 유발하며, 관객의 시선을 잔상 속에 묶어둔다. 이미지의 공중 포착은 영화의 ‘스틸 컷’처럼 이승과 저승 사이 찰나의 팽팽한 긴장감을 고정한다.
색채 미학과 심상적 원거리 촬영의 경우, 차가운 미드나잇 블루, 바닥 위로 오렌지, 핑크빛 혼불의 잔영이 흐르고, 양옆으로 고깔을 쓴 인물들이 사선으로 길을 터준다. 이때 영상은 시네마의 ‘컬러 그레이딩’과 ‘마스터 롱샷’의 특성을 보인다. 차가운 색(죽음=저승)과 따뜻한 색(혼불=생명)의 시각적 대립으로 화면 전체에 고독함과 제의적 숭고함을 부각하며, 1인칭 인물의 외로운 여정을 관조적으로 담아낸다.
입체적 딥 포커스 및 오브제 미장센으로 공중에 매달린 무수한 백색 형상(유랑하는 영혼들), 중앙의 수직 핀 조명, 그리고 빛나는 봉을 든 인물이 바닥의 스트라이프 길 위에 서 있다. 영화의 ‘딥 포커스’ 및 ‘원근법적 미장센’을 극대화한 구조이다. 피사체를 단면으로 놓지 않고 수직(공중)과 수평(바닥) 축으로 삼차원 배치함으로써, 관객의 시선이 화면 깊숙이 빠져들게 만드는 압도적 웅장함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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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클로즈업적 조형미와 스포트라이트의 미학적 특성은 무용수들이 피라미드 형태로 뒤엉켜 하나의 거대한 인간 조각상을 이룬다. 원형 스포트라이트만이 이를 비춘다. 암전된 배경 속 정밀한 스포트라이트는 영상의 ‘아이리스 샷’ 혹은 ‘하이키와 로우키 대비’와 같다. 군중의 복잡한 표정과 손짓, 근육의 신전(伸展)을 강렬히 부각해, 억겁의 업보와 인간계의 집착을 덩어리진 하나의 시각적 덩어리로 압축해 보여준다.
대칭적 오프닝과 광선 미학의 특징은 정중앙 축을 따라 완벽한 좌우대칭 구도를 이루며, 빛나는 봉(혼불)이 부채꼴 벡터 형태로 퍼져나간다. 웨스 앤더슨이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미시적 대칭 구도’이다. 빛의 선(Vector)가 관객의 시선을 중앙 피사체로 강렬히 집속시켜, 사후세계의 정돈된 질서와 신성한 제의의 순간을 극적으로 각인시킨다. 영상은 연출이나 개입을 최소화하고, 가공되지 않은 현장의 실제를 그대로 보여주려고 애쓴다.
'사자의 서'는 ‘구조화된 초현실성’을 보인다. 영상은 통제되고 계산된 미장센, 조명, 신체 기호를 통해 ‘사후의 초현실적 진실’을 구축한다. 무대 공간을 움직이는 3차원 스크린으로 전환한다. 연출은 관객의 시선이 카메라 렌즈가 되도록 빛의 명암, 모션 블러, 수직·수평의 구도를 무대 공간에 조각해 낸다. 정교하게 기호화된 매체를 통해 관념을 '시각적 사실'로 치환한 연출은 무형의 영역을 정교한 빛과 신체의 미학으로 재창조하며 독자적 영역을 확립하였다.
김종덕 안무의 영상 '사자의 서'는 물리적 렌즈가 가진 ‘느린 유동의 미학’을 무용수의 신체와 빛의 파동으로 환원시켜 ‘죽음’과 ‘존재의 소멸’, ‘윤회’를 정밀하게 가공된 시각 언어로 풀어낸 수작이다. 이 작품은 죽음이라는 공포의 대상을 ‘아름답고 신성한 차원의 이동’으로 목도하게 만든다. 백색의 서늘한 절제미, 검은 외피가 자아내는 실존적 중압감, 혼불이 그리는 빛의 궤적은 김종덕 무용과 전통적 제의가 만나 도달할 수 있는 ‘현대적 숭고미’의 정점을 보인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국립무용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