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게팅옐로우'에서 노랑은 외부의 자극이 신체와 의식에 남긴 잔상이며, 어느 순간 주체의 일부가 된 감각의 착색이자 인식의 오염이다. 김다애는 이 과정을 신체의 물성과 움직임의 생성 원리를 통해 드러낸다. 작품의 첫 장면은 강한 빛을 직접적으로 사용한 뒤, 그 빛이 사라지고도 시야에 남는 잔광에서 시작한다. 이 잔광은 이미 사라진 자극이 감각 안에 흔적을 남기는 현상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착색’의 출발점이 된다.
빛은 사라져도 잔상을 남기고, 소리는 멎어도 몸 안에 진동한다. 천의 흔들림, 신체의 낙하와 정지, 중력과 저항의 충돌은 외부 자극이 몸에 흔적을 남기는 과정을 물리적 현상으로 환원한다. 여기서 신체는 어떤 메시지 전달 도구가 아니라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며 변형하는 감각의 매체로 전환된다. 무엇이 본래의 ‘나’이고 무엇이 ‘외부로부터 침투한 것’인지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작품은 정보사회의 문제를 넘어 주체의 형성 방식의 질문으로 확장된다.
‘노랑’이라는 이미지는 오염의 물리학과 사회적 감염의 심리를 교차시킨다. 먼지처럼 흩어지고 소문처럼 번지며 황사처럼 시야를 흐리는 정보는 명확한 실체도 없으면서 인간의 판단을 점유한다. SNS와 숏폼 콘텐츠의 반복적인 소비는 착색을 가속한다. 정보 과다는 지식 충전이 아니라 상황 판단을 어렵게 한다. 외부 주입 정보가 반복과 습관을 거치면, 자신의 신념과 판단처럼 내면화된다. 김다애는 정보의 민주화 이면에서 진행되는 판단의 탈주체화를 포착한다.
안무는 문제의식을 물리적 실험과 결합한다. 천과 빛, 중력과 신체의 관계에서 움직임은 힘과 저항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한다. 미미한 물질 변화와 신체 반응을 병치하면, 외부 자극이 감각에 흔적을 남기고 다시 움직임을 변형시킨다. 이는 동시대 발레를 고전 발레의 변형된 외피가 아니라 시대감을 탐구하는 독자적 신체언어로 이해하는 김다애의 창작 태도와 연결된다. 전통 발레를 기반으로 동시대의 불안과 피로, 정보 과잉이라는 현실에 접속시키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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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작품의 개념적 명료성이 움직임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지점도 보인다. ‘오염’과 ‘착색’이라는 중심 은유가 일부 장면에서는 움직임이 개념을 확장하기보다 이미 제시된 의미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데 머문다. 컨템포러리 발레의 현재성은 동시대의 소재를 가져오는 데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신체적 경험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획득된다. 그런 점에서 김다애의 다음 작업은 신체 리듬과 구조, 시간성 속에서 더욱 독창적인 움직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작품에서 오브제는 ‘노랑’을 설명하기 위한 직접적인 상징이라기보다, 감각이 서서히 착색되어 가는 과정을 공간 안에서 물질화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무대 상부에 매달린 오브제는 작품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을 향해 아주 느린 속도로 끊임없이 하강한다. 관객이 그것의 움직임을 쉽게 인지하지 못할 만큼 미세한 속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처음보다 훨씬 낮아진 오브제를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언제부터 이렇게 가까워졌는지 알 수 없는 하강’은 외부의 자극과 정보가 우리의 감각 안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방식과 닮아있다.
길게 늘어져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오브제의 형태는 콧물이나 흘러내리는 체액을 연상시킨다. 때로는 불편하고 기이한 형상으로 다가오지만, 조명을 통과하며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역설적으로 아름다운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김다애는 바로 이 불편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지점에 주목한다. 체액이 외부의 먼지나 이물질과 뒤섞이며 맑은 상태에서 누렇게 변해가듯, 이 오브제는 외부의 것이 신체 안으로 들어와 섞이고 축적되면서 만들어지는 ‘노랑’의 이미지를 시각화한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조차 이미 오염의 일부일 수 있다는 모순 역시 그 안에 존재한다.
하얀 풍선은 상부 오브제와 전혀 다른 물성을 가진다. 무겁게 아래로 내려오는 오브제와 달리 풍선은 가볍고, 떠오르며, 작은 자극에도 쉽게 움직인다. 누렇게 착색된 이미지와 대비되는 흰색은 아직 외부 환경에 충분히 물들지 않은 상태를 암시한다. 풍선은 어린아이의 감각과 연결되며, 아직 사회의 정보와 판단 체계에 완전히 편입되지 않은 존재, 착색되기 이전의 감각을 드러낸다. 그러나 작품 후반 풍선이 터지는 순간 이러한 대비 역시 무너진다. 보호받고 있다고 여겨졌던 아이의 감각 또한 결국 같은 환경에 노출되고, 그 안에서 영향을받으며 변화해 간다는 의미를 담는다.
작품 후반부에 전면으로 내려오는 천은 또 다른 방식으로 감각의 경계를 만든다. 천은 무대와 관객 사이를 물리적으로 한 겹 더 분리하며, 관객이 무용수의 신체를 직접 바라보던 시선에 하나의 막을 개입시킨다. 이때 천에 가해지는 충격은 표면에 머물지 않고 작은 파문이 되어 주변으로 번져 나간다. 하나의 자극이 사라진 이후에도 다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이 잔물결을 통해 안무가는 외부의 충격이 감각에 남기는 잔상과 그 파급을 표현한다. 이 투명하면서도 견고한 막은 자극이 수용되고 지연되는 과정을 시각화하여, 스스로의 감각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천과 조명이 만나면 무대는 이전과 다른 공간으로 변한다. 빛을 머금은 천은 무용수와 관객 사이의 거리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고, 그 뒤에서 움직이는 신체는 실제의 몸이지만 하나의 그림처럼 보인다. 천은 신체를 가리는 동시에 새롭게 드러내고, 관객이 몸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킨다. 하나의 화폭처럼 무대의 장면을 감싸면서 현실의 신체와 이미지화된 신체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낸다. '게팅옐로우'의 오브제들은 서서히 내려오고, 떠오르고, 흔들리고, 충격을 받아 파문을 만드는 각각의 물성을 통해 감각이 외부의 자극과 만나 변형되고 착색되는 시간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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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컨템포러리 발레 안무가 김다애는 다스탄츠’ 창단작 '사운즈 오브 레인(Sounds of Rain)'(2022)으로 제4회 아시아컨템포러리발레축제 베스트 안무작로 선정된 뒤 그해 제25회 한국발레협회 우수신인안무가상(2022)을 수상한 바 있다. 제39회 한국현대춤작가12인전 '소유(Possession)'(2026), 일본 SAI Dance Festival 초청작 'Sounds of Rain'(2023), 젊은안무자창작공연 '심판'(2023)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게팅옐로우'의 감각적 잔상은 분명하다. 작품은 너무 많은 정보를 수용하는 자신의 감각을 의심하게 한다. ‘노랑’은 무대에서 사라진 뒤에도 지각의 표면에 남는다. 그 잔상은 관객의 기억 속에서 다시 현실의 이미지들과 접속하며, 무심코 받아들인 정보와 신념의 출처를 되묻게 한다. 보이지 않지만 지워지지 않는 잔류성이 '게팅옐로우'가 포착한 동시대의 초상이다. 김다애는 이 시대의 낭만 발레리나로서 시대적 흐름을 바라보며 가볍게 시대에게 훈수를 둔다.
(출연 김다운, 김민경, 김민수, 김향림, 박경희, 이지희, 장다영, 김다애, 김민주)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크리틱스초이스©옥상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