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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전망대] 페소화 밀어낸 '달러 스테이블코인'…아르헨티나의 경고, ‘원화’는 안전한가

美 ‘지니어스법’ 통과로 국채 담보 스테이블코인 전면 시행 초읽기
'달러 스테이블코인' 아르헨티나 소매거래 장악…사실상 통화주권 상실 위기
“물가·환율 불안 지속 시 원화도 예외 아냐…재정 건전성 확보 시급”
사진=구글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구글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미국 정부가 글로벌금융 지형을 뒤흔들 초대형 카드인 ‘미 국채 담보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전면 제도화될 경우 통화 가치가 불안정한 나라, 개발도상국은 물론 한국의 금융시장과 원화의 운명에도 메가톤급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지난 2025년 7월 미 국채 담보 스테이블코인을 공식화하는 이른바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18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2027년 1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특히 디지털 달러를 통해 글로벌 영토 확장을 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맞물려, 그 시행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민간기업인 테더(Tether Limited)사가 발행한 USDT나 서클(Circle Internet Financial, LLC)사의 USDC 등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담보 자산에 기업어음(CP), 현금, 대출채권 등이 섞여 있어 신뢰성 논란이 따라붙었다. 반면 새로 도입될 미 국채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오직 미 국채와 연준(Fed)에 예치한 현금성 자산만을 담보로 하도록 법제화했다. 국가가 안전성과 신뢰성을 100% 보증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대형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은 벌써부터 이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송금 플랫폼의 ‘기본 통화’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망 대신, 단 몇 초 만에 국경을 넘나드는 실시간 결제 생태계가 열리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공인한 안전한 디지털 달러가 전 세계에 풀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문가들은 자국 통화 가치가 폭락한(하는) 국가들에서 그 미래를 보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아르헨티나다.

◆ ‘달러 스테이블코인’, 아르헨티나 소매거래까지 확대


현재 아르헨티나의 법정화폐는 ‘페소(ARS)’지만, 오랜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자국 화폐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면서 국민은 페소화를 보유하는 것 자체를 손해로 여긴다. 이에 따라 일상 경제에서 달러와 페소가 공존하는 ‘비공식 이중통화 체제(Unofficial Dollarization)’로 재편됐다.

여기에 민간 달러 스테이블코인(USDT·USDC)이 실물 달러의 대체재로 급부상했다. 아르헨티나 전체 가상자산 거래 중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60~70%에 달한다. 많은 기업이 페소 대신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세금 신고만 정확하다면 이를 묵인하는 분위기다. 비록 페소로 급여를 받더라도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즉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환전해 비축한다.

주목할 점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자산 헤지(위험회피) 수단을 넘어 편의점, 식당, 마트 등 소매 결제 영역까지 장악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결제 플랫폼 ‘우빗(Oobit)’의 2026년 3월 데이터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가상자산 결제 앱 이용 거래의 72%가 USDT로 이뤄졌으며, 음식료품 구매의 41%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되고 있다. 개인 지갑(메타마스크 등)에 든 스테이블코인이 비자·마스터카드 등 기존 카드사 결제망과 연동돼 실시간으로 정산되는 인프라가 구축된 결과다. 고객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지불하고, 상점은 페소로 정산받는 인프라가 깔린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 국채 담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서두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민간기업이 장악한 디지털 달러의 통제권을 미국 정부가 회수하는 동시에, 전 세계적인 스테이블코인 수요를 미 국채 발행 확대로 연결해 미국의 재정적자 부담을 더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달러를 통용화폐로 쓰면서도 정작 스스로의 금융 주권은 행사하지 못하는 ‘통화주권 상실 국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됐다. 이는 무분별하게 페소화를 찍어내며 포퓰리즘 정책을 펼친 대가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 가치를 지켜주지 못하는 화폐, 시장에서 도태돼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처지가 아니다. 만약 국내 물가 불안과 원화 환율 상승세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다면, 우리 국민과 기업 역시 원화를 외면하고 미 국채 담보 스테이블코인으로 자산을 이동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미 국채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면 할수록, 환율은 더 상승할 것이고,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가치를 지켜주지 못하는 화폐는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 경제의 냉혹한 법칙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은행 토큰,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도 결국 ‘원화 자체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디지털 화폐 도입이 국가채무를 늘리고 통화량을 남발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면 원화 기피 현상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수 있다. 경제, 금융, 화폐 모두에 파국이 올 것이다.

미 국채 스테이블코인이 몰고 올 글로벌 ‘달러 패권 2.0’ 시대에 대응해 원화 가치를 지키기 위한 재정 건전성 감시를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 아울러 개인과 기업 역시 거대한 통화 대변혁 속에서 자신의 자산과 소득을 방어할 수 있는 금융적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수석 전문위원 h1234@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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