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작연대기(81)] 조혜정(조혜정에이치엠 예술감독, 국립국악고 무용과 강사), 한국무용의 신체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움직임과 창작 방식 탐구
이미지 확대보기'몸과 껍질'은 보호와 억압이라는 신체의 경계를 탐구하며, 껍질을 벗겨내며 변화하는 존재와 감각을 드러낸 작품이다. 한국무용가 조혜정은 한국무용의 신체성을 기반으로 동시대의 감각과 정체성을 탐구하며, 자신만의 움직임 언어를 구축해 간다. 그녀는 여성성, 신체 인식, 기억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작품화하며, 전통과 동시대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독자적인 신체 언어를 구축해 오고 있다. 다양한 예술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신체가 지닌 감각과 서사를 확장하며, 한국적 신체성이 오늘날 어떤 의미를 소지하는지를 탐구해 간다.
'몸과 껍질'은 신체를 둘러싼 보호와 억압의 이중적 구조를 탐구한다. 이 솔로 작품은 몸과 껍질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감각의 변화와 존재 방식을 따라가며, 신체가 외부 세계와 관계 맺는 과정을 드러낸다. 세 겹의 의상을 활용하여 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껍질과 그것을 벗겨내며 변화하는 과정을 시각화한다. 이는 단순한 신체 표현을 넘어 안무가 개인이 지나온 시간과 삶, 춤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10대, 20대, 현재 30대를 살아가는 무용수로서의 경험을 껍질이라는 상징으로 풀어내며, 더 나은 움직임과 새로운 신체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음악은 무용수의 움직임과 신체 감각에 집중한다. 긴밀한 협업을 통해 완성된 사운드는 선율보다 질감과 호흡, 효과음에 집중하며 움직임과 하나의 언어처럼 작동된다. 핵심 소재인 ‘껍질’의 소리에 주목, 피부가 벗겨지는 듯한 질감과 껍질이 스치는 소리를 음악적 요소로 삼는다. 중반부의 강한 비트와 심장박동 같은 리듬을 사용해 살아 움직이는 신체의 에너지를 표현한다. 마지막에 껍질의 소리와 피아노 선율, 바람 소리가 어우러지며 지나온 시간에 대한 위로와 성찰, 미래 여정에 대한 다짐, 무용수로서의 고됨과 외로움, 성취감과 환희가 교차하는 감정이 음악으로 담긴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조명은 솔로 무용수의 신체와 움직임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작품 전반에 걸쳐 무용수에게 시선이 집중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음악과 감정의 변화에 따라 색채 또한 점진적으로 변화됐다. 기본적으로 엠버 톤을 중심으로 옅은 핑크에서 짙은 붉은색까지 확장되는 색채를 사용하여 몸의 온도감과 감정의 농도를 표현했다. 극적인 전환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조명을 순간적으로 변화시켜 움직임의 밀도와 긴장감을 더욱 선명하게 전달됐다. 조명은 무용수의 내면에서 생성되는 정서의 파동을 시각적 호흡으로 번역하며 작품의 미학적 깊이를 완성했다.
의상은 작품의 핵심 개념인 ‘껍질’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이다. 총 세 겹의 의상은 각각 다른 시기의 자아와 신체의 기억을 상징한다. 가장 바깥의 껍질을 벗고, 다시 두 번째 껍질을 벗어내는 과정은 안무가가 지나온 시간과 춤의 흔적을 되짚는 여정이자 스스로를 갱신하는 과정이다. 작품 속 의상은 단순한 복식이 아닌 신체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 성장의 흔적을 상징하며 더 나은 움직임을 향한 의지와 자기 성찰을 담아내는 매개체로 활용된다. 의상이 벗겨지는 순간들은 신체에 각인된 시간의 퇴적과 존재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춤의 미학적 사유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몸과 껍질'에서 조혜정의 움직임은 한국무용의 호흡과 신체성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 발레와 현대무용 훈련을 통해 축적된 감각을 결합하여 특정 장르에 한정되지 않는 독자적인 움직임 언어를 구축한다. 안무 과정에서 움직임은 시선의 흐름, 긴장과 이완의 구조, 속도와 밀도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복잡한 상징보다 신체를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관객이 각자의 경험과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백을 남긴다. 조혜정은 독무 '몸과 껍질'로 새로운 도전을 하며 신체가 지닌 다양한 상태와 감각을 집요하게 탐구하며 움직임을 완성했다.
조혜정은 예원학교, 서울예고, 이화여대 무용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학위 소지자로서 조혜정에이치엠(ChohyejungHM) 예술감독이자 국립국악고 무용과 강사이다. 그녀의 대표 안무작은 '몸과 껍질'을 비롯하여 타인의 욕망에 의해 형성된 이상적 여성성과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주체적 여성의 서사를 탐구한 '갈라테이아'(Galatea), 성장 과정 속에서 형성된 기억과 감정의 흔적을 통해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존재하는 내면을 조명한 '어른아이', 눈앞에 존재하지만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과 관계의 순간들을 신체 언어로 풀어낸 '목전'(目前)이 있다.
조혜정은 제42회 동아무용콩쿠르 학생부 창작부문 금상(2012), 한국민족춤협회 젊은춤축전 디딤상(2020), 제11회 보훈무용예술협회 한·중 국제신인작가전 안무부문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상(우수상, 2021), 서울무용제 댄스랩 '목전目前' 최우수상(2022), 이탈리아 스폴레토 국제무용콩쿠르 안무부문 특별상(2022), 댄스포럼 크리틱스 초이스 '갈라테이아' 우수상(2023) 및 싱가포르 국제무용제 초청 공연(2024), CAD 무용협동조합연합회 올해의 무용수상(2026)을 수상한 재원이다. 그녀는 국립국악고등학교 무용과 강사로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으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조혜정은 누가 보아도 ‘조혜정의 작품’임을 판별할 수 독창적 안무가가 되고자 한다. 한국무용의 신체성을 기반으로 하되 특정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움직임과 창작 방식을 탐구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확장해 나간다. 그녀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연구, 습득하며, 신체를 통해 새로운 감각과 언어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국내외적으로 자신만의 움직임으로 한국적 신체성이 지닌 동시대적 가능성을 알리고자 한다. 조혜정은 멈추지 않고 꾸준히 창작하는 예술가로 남아 많은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찾아 기다리는 작품을 만드는 안무가이자 무용수가 될 것이다.
조혜정은 한국무용과 동시대성의 경계를 탐구하며 새로운 움직임 언어를 구축한다. 그녀는 지속적인 창작과 국내외 교류를 통해 한국적 신체의 확장 가능성을 연구한다. 조혜정을 중심으로 2021년 창작된 무용단 ChohyejungHM은 생(生)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작품화하며 '관객의 기억'의 일부를 지향한다. HM(Historical Memories)의 단(團)은 한국무용의 전통적 움직임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컨템포러리적 움직임을 탐구한다. 다양한 예술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동시대적 감정과 이슈를 신체와 움직임을 통해 풀어내며 복합적인 예술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몸과 껍질'은 신체와 외피의 교차점에서 안식과 통제의 긴장을 섬세한 움직임의 결로 만들며, 몸을 존재론적 사유의 장으로 확장한다. 한국무용의 호흡과 선적 움직임은 전통적 신체성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전환시키며, 몸 자체를 기억과 감정이 흐르는 서사적 풍경으로 변모시킨다. 움직임은 순응과 저항, 억압과 해방 사이를 끊임없이 진동하며 사회적 규범 속에서 흔들리는 자아의 균열과 생성의 순간을 가시화한다. 작품은 몸을 욕망과 억압, 상처와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감각의 장소로 호명하며, 인간 존재의 유동적이고도 취약한 본질에 깊은 미학적 공명을 이끌어낸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