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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철의 법률톡톡] 스토킹 범죄의 딜레마, 구속하지 못해 벌어진 비극인가

법무법인 이엘 대표변호사이미지 확대보기
법무법인 이엘 대표변호사
스토킹 범죄의 가장 파괴적이고 극단적인 결과는 스토킹 살인이고 이는 스토킹처벌법이 도입된 직접적인 배경이 되었다. 2021년 시행이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지만 살인의 결과를 막는 데 있어서 별다른 효과는 없는 듯 하다.
결국 “왜 진작 구속하지 않았느냐”는 여론의 비난이 매번 쏟아지게 된다. 직관적으로는 맞는 말처럼 보인다. 결과적으로 사람이 죽었고, 그 이전에 수차례 신고와 위협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사사법의 구조 속으로 들어가 보면,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구속은 어디까지나 예외적 강제처분이다. 현행 법체계에서 구속 여부는 범죄의 중대성, 도주 우려,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판단된다. 살인이나 강도처럼 중대한 범죄가 이미 발생한 경우라면 구속은 비교적 수월하다.

그러나 스토킹 범죄는 그 특성상 대부분 중대한 결과가 발생하기 이전 단계에서 문제된다. 따라다니기, 반복적 연락, 위치추적 시도와 같은 행위는 분명 위협적이지만, 이를 곧바로 ‘구속이 필요한 중대범죄’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개별 행위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경미한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초범인 경우도 적지 않아 현행 구속 판단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
실제 사건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스토킹 신고, 접근금지명령, 위치추적 의심 정황 등이 누적되더라도, 이를 구성하는 각각의 행위는 단편적으로 보면 기존 구속 사유에 직접적으로 대응되지 않는다. 결국 제도는 ‘위험해 보인다’는 인상이나 축적된 불안감이 아니라, 개별 행위의 법적 평가를 기준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사전에 구속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는다.

그렇다면 반대로, 스토킹 위험이 보이면 모두 구속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연인관계에서의 갈등과 이별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일방적 이별 통지에 담백하게 돌아설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 와중에 누군가 집착을 넘어 광기로 치닫고, 결국 중대 범죄로 나아간다.

이별 과정에서의 연락 시도나 화해 요청까지 모두 형사적 위험 신호로 간주하여 일정한 기준 없이 구속을 확대한다면, 연인 간 분쟁까지 형사처벌의 영역으로 과도하게 끌어들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문제의 본질은 결국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 수많은 스토킹 행위자 중 대부분은 중대한 범죄로 나아가지 않지만, 극히 일부는 살인과 같은 결과로 이어진다. 이 극소수의 위험을 사전에 가려내지 못하는 한,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가능성을 전제로 구속을 확대하는 것은 자유와 인권의 과도한 제한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한다.
따라서 스토킹 범죄에 대해서는 기존의 구속 판단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단순히 행위의 외형만이 아니라, 반복성, 집착의 강도, 과거 폭력 전력, 피해자와의 관계, 위협의 구체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별도의 위험성 판단 체계가 필요하다. 나아가 일정한 경우에는 전문적인 심리 평가나 위험도 석을 통해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이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격리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제도 보완이 아니라 판단 프레임 자체의 전환이다. 핵심은 행위 하나하나가 아니라, 반복과 집착, 위협이 축적되는 ‘패턴’에 있다. 동일한 연락 시도라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빈도와 강도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따라 위험의 성격은 전혀 달라진다.

따라서 판단 기준은 ‘행위 단위’에서 ‘패턴 단위’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 단계에서 반복 횟수, 접근금지 위반 여부, 과거 폭력 전력, 위협의 구체성 등을 종합하여 위험도를 점수화하고,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체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형사사법의 대응 방식 역시 사후 처벌 중심에서 벗어나,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전자감독, 접근금지 강화, 긴급격리 등 단계적 개입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자는 문제가 아니라, 위험을 식별하고 통제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자는 제안이다. 감정적 분노를 넘어서, 위험을 선별하고 개입할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이 유사한 비극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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