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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탐사] ③ KG그룹 승계의 ‘미스터리 키(Key)’, 2017년 합병

합병 전엔 ‘이름’도 없던 2세 곽정현, 합병 직후 케이지제로인 최대주주 ‘등극’
케이지네트웍스, 합병 직전 감사보고서 ‘깜깜이’…지분 변동 과정 ‘안개 속’
KG그룹 소수주주들 “2세 승계 과정 조사해 달라”며 대통령실 등 탄원
곽정현 KG케미칼 대표.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곽정현 KG케미칼 대표. 사진=연합뉴스
2017년 단행된 KG그룹(회장 곽재선) 계열사 간 합병이 오너 2세 승계의 결정적 변곡점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당시 비상장사였던 케이지제로인과 케이지네트웍스의 합병 직후, 곽재선 회장의 장남 곽정현(현 KG케미칼 대표) 사장이 케이지제로인의 최대주주로 전면에 등장하면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병 직전 곽 사장의 지분 보유 내역이 불투명하고, 피합병법인인 케이지네트웍스가 합병 직전인 2016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석연치 않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깜깜이 승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 합병 전엔 ‘이데일리’가 주인… 합병 후엔 ‘곽정현’이 주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지제로인과 케이지네트웍스는 2017년 9월 28일 합병했다. 이 합병은 KG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었다.

합병 전인 2016년 기준, 케이지제로인의 최대주주는 지분 48.14%(702만 주)를 보유한 이데일리였다. 당시 곽정현 사장의 지분은 공시된 바 없다. 그러나 합병이 완료된 2017년 감사보고서에는 곽 사장이 지분 34.84%(1141만 주)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데일리의 지분율은 10.7%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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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을 기점으로 케이지제로인의 주인이 법인(이데일리)에서 오너 2세(곽정현)로 바뀐 셈이다. 이후 케이지제로인은 KG케미칼의 지분을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고, 2019년에는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KG케미칼의 최대주주가 됐다. 사실상 ‘곽정현 → 케이지제로인 → KG케미칼 → 각 계열사’로 이어지는 승계 구도가 완성된 것이다.

◇ 사라진 2016년 감사보고서…‘기타 주주’ 속에 숨었나


문제는 곽 사장이 어떻게 합병 법인의 최대주주가 되었는지, 그 과정이 투명하게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합병법인인 케이지네트웍스의 2015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최대주주는 지분 23.73%를 가진 곽재선 회장이다. 나머지 64.79%는 ‘기타 특수관계자’로 묶여 있다. 그런데 합병 직전 해인 2016년, 케이지네트웍스는 외부감사 대상임에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합병 비율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무제표와 주주명부가 베일에 가려지게 됐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본지 질의에 “2017년 6월 30일(합병 기일 전) 기준 곽정현 대표는 이미 케이지네트웍스 지분 52.51%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며 “이는 2015년 감사보고서상 ‘기타 특수관계자(64.79%)’에 포함된 지분”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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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통상적인 공시 관행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감사보고서는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를 명시한다. 2015년 보고서에는 지분 23.73%인 곽재선 회장을 최대주주로 기재했다. 회사 측 주장대로라면, 당시 52.51%를 보유해 1대 주주였던 곽정현 사장을 ‘기타’로 분류해 숨긴 셈이 된다.

곽정현 보유 지분과 관련한 회사 측 주장에 대해 재차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하는 질의를 하였으나, 회사 측은 “과거의 내용이라 정확한 답변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재계 관계자는 “합병 직전 감사자료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합병 후 오너 2세가 갑작스럽게 최대주주로 등극한 것은 외부의 시선을 피하려 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 소수주주들 “승계 과정 의혹 조사해 달라” 탄원서 제출


이 같은 불투명한 승계 과정에 대해 KG그룹 소수주주들은 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 소수주주 플랫폼 ‘액트’를 중심으로 결성된 소수주주연대는 대통령실 등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불투명한 합병을 이용한 편법적 경영 승계 및 지배구조로 의심된다”며 “2017년 KG제로인과 KG네트웍스 합병을 포함하여, 곽정현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 구축 및 경영 승계 과정 전반의 불법·편법성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편, 합병 전 최대주주였던 이데일리의 지분이 합병 후 대폭 축소된 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관련 자료와 함께 밝혀달라는 본지 질의에도 묵묵부답이다.

KG그룹 측은 일련의 의혹에 대해 “모든 합병 절차는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적법하게 진행됐으며,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도 마쳤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기타 주주’ 속에 숨겨진 지분의 실체와 사라진 감사보고서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없는 한, 2세 승계를 둘러싼 ‘깜깜이 합병’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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