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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실패 시 회복 불가능한 GDP 손실"

정부, 관세협상 총력전...'조선업 협력'카드 제시할 듯
다음 달 1일 25%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제조업이 큰 타격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수출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일본보다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대형 악재가 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이 때문에 내수부진에 0%대에 그칠 것이라는 한국경제 성장률은 자칫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무역협상에 실패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는 등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부산항 신항 전경.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이미지 확대보기
우리나라가 미국과 무역협상에 실패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는 등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부산항 신항 전경. 사진=글로벌이코노믹DB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기한이 끝나기 전 타결을 목표로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4일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잇달아 만났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간 통상협의도 이번 주 열린다.

막판 대미 통상협상에선 경쟁력이 높은 한국의 조선업이 관세협상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전날 "우리 측은 미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협상 시간이 빠듯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7일 스코틀랜드에서 유럽연합과 관세 협상을 한다. 28∼29일 스웨덴에서는 베선트 장관 등 미 무역 협상 주요 장관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중국과 고위급 무역 회담이 예정돼있다. 미국 측과 대면 협상이 가능한 날은 사실상 30일과 31일 이틀에 불과하다. 게다가 일본이 관세율을 낮추면서 5500억 달러(약 760조 원)에 이르는 미국 투자를 약속해 우리 정부의 협상 카드가 제약을 받고 있다. 정부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투자 규모는 1000억 달러+α 수준으로 일본에 크게 못 미쳐 미국이 거부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8월1일을 넘겨 당분간 관세 폭탄에 노출되더라도 농축산물 등 민감한 분야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25%에 이르는 상호관세율을 낮추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5% 상호관세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제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게 불을 보듯 훤하다. 이미 기아차와 현대차는 4월부터 부과된 25% 자동차 관세 영향으로 2분기 실적이 크게 줄었다. 기아차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1%, 현대차는 15.8% 떨어졌다. 현대차가 입은 관세영향은 무려 8280억 원에 이른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일본의 상호관세율이 25%에서 15%로 인하됐기 때문에 일본보다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면 한국 자동차는 가격 경쟁력에서 일본 차에 밀릴 수밖에 없다. 50% 품목 관세가 부과된 철강도 올해 상반기 수출이 지난해보다 5.9% 줄었다. 여기에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 타격도 불가피하다. 미국 시장을 놓고 한국과 대만이 경합하고 있는 가운데 25% 관세가 부과된다면 반도체 수출은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수출은 621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3.7% 줄었다. 반도체는 14.7% 증가한 49억 7000만 달러, 자동차는 16.8% 감소한 153억 4000만 달러, 일반 기계는 16.9% 줄어든 66억 1000만 달러,석유제품은 7.3% 증가한 27억 4000만 달러 등이었다. 자동차는 관세부과에 따른 수요 둔화와 현지 생산 확대, 일반 기계는 건설경기 침체 영향 등으로 감소했다.

대미 관세 협상에 실패하면 한국 경제는 큰 GDP 손실을 입을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미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달 열린 한미 관세 조치 협의 관련 공청회에서 "미국의 관세정책이 그대로 강행되면 한국 경제가 안정을 회복한다고 해도 실질 GDP가 0.3∼0.4%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더욱이 KIEP 분석에는 일본의 관세율이 15%로 낮아진 점이 반영되지 않았다. 일본의 낮아진 관세율을 고려하면 중장기 GDP 손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8일 현재 발표된 관세 계획(자동차ㆍ철강 25%, 기타 품목 10%)이 시행될 경우 국내 GDP는 0.5%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25%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0%대에 갇힌 한국 성장률 전망의 추가 하향 조정도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우리나라의 상호관세율이 일본과 같은 15%로 낮아진다는 점을 전제로 "5월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약간 안 좋은 정도로 보인다"고 밝혔다.상호관세율이 25%로 확정되면 GDP 성장률은 5월 전망보다 0%에 가깝게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연간 성장률을 0.8%로 전망하면서 2차 추경이 올해 성장률 0.1%포인트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봤다.

성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eirdi@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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