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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만 명 신용사면] 신용점수 평균 930점 '인플레 극심'… 대출문 더 좁아진다

은행권, 가계대출 신용점수 평균 930점 육박
역대급 신용사면 단행에 신용인플레 심화 전망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에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6·27 대출 규제'에 이어 324만 명의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역대 최대 규모 '신용사면'에 나서 대출 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신용사면으로 고신용자가 늘어나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신용 인플레)이 꾸준히 심화되고 있다. 또 정부의 초강력 대출 규제로 900점대 차주도 높은 수준의 대출금리가 책정되거나 대출 자체가 막히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잦은 신용사면으로 이미 신용점수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훼손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1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20년 이후 발생한 5000만 원 이하 연체 채무를 올해 연말까지 전액 상환하는 경우 연체 이력을 삭제해주는 '신용회복 조치'를 다음 달 30일부터 시행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1년과 2024년 이후 세 번째이자 이재명 정부의 첫 신용사면으로, 대상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24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19로 고금리·고물가가 겹쳐 불가피하게 연체가 발생한 서민·소상공인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게 하는 취지다.

하지만 잦은 신용사면으로 신용 인플레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정부의 6·27 대책으로 은행들이 대출 문을 좁히고 고신용자도 대출 문턱을 쉽사리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출 가뭄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에서 대출받는 차주들의 평균 신용점수는 꾸준한 상승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6월 은행권에서 가계대출(신규 취급액 기준)을 받은 차주의 신용점수는 평균 926.45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23년 10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차주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900.06점에 그쳤지만 올해 들어서 20점 넘게 상승했다.

이번 조치로 신용 인플레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용사면을 받은 개인의 평균 신용점수는 653점에서 684점으로 31점 올랐다. 당시 약 2만6000명이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고, 약 11만3000명이 은행권에서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신용사면 대상 개인사업자의 경우에도 신용점수가 평균 101점 상승해 725점이 됐다.

잦은 신용사면으로 전반적인 신용점수가 상승하면서 전체 차주 4명 중 1명은 초고신용자로 분류되고 있다. KCB 기준 신용점수 950점 이상 초고신용자는 지난해 말 1399만4261명으로 2023년 말(1314만6532명) 대비 80만 명 넘게 늘었다. 이에 전체 차주 중 고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26%에서 28%로 확대됐다. 이미 전체 차주 4명 중 1명이 초고신용자인 셈이다.

일각에선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번번이 연체 기록을 삭제해줌으로써 신용점수 제도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점수는 개인의 상환능력을 금융회사가 판단하기 위한 핵심 근거 자료"라면서 "연체 기록을 삭제해 연체 이력이 있는 차주들의 신용점수를 높여준다면 은행이 공급할 수 있는 대출 총량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결국 연체 이력이 없는 성실 상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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