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민간 주택시장에 정부 재정투입 반시장적"
"가계부채 잡다가 나라 재정 파탄낼 수 있다" 우려
"가계부채 잡다가 나라 재정 파탄낼 수 있다" 우려

경제학계에선 민간 주택시장에 정부 재정을 투입한다는 발상 자체가 반시장적이고 과도한 정부의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가계부채 잡자고 나라 재정을 파탄낼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부동산학계에선 주택의 완전한 소유를 원하는 국내 정서상 성공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입을 모은다.
3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지분형 주담대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분형 주담대 도입을) 지금 관계 부처와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과거에 비슷한 시도들이 있었으나 수요가 많지 않았던 만큼 좀 더 고민하고 시험하는 작업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형 주담대는 차주가 집을 살 때 주택금융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차주 입장에서는 주택을 100% 온전히 소유하지는 못하지만 구매 비용을 낮춰 대출금 규모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지분형 주담대 도입 논의는 가계부채도 잡고 서민 주거도 안정시켜야 하는 김 위원장의 고민의 결과물이란 분석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올해 3.8% 전망) 이내에서 관리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총량 관리에 들어간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단계적 확대로 '버는 만큼 빌리는 대출관행'이 점차 정착되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7월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가 도입되면 대출 한도는 더 크게 줄어 최근 급상승 중인 수도권 집값을 고려할 때 서민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주택 매수 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현재 수도권 주택 가격 수준을 고려할 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데다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정책금융기관들도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분형 주담대는 주택을 처분해서 이익이 나면 이익을 지분에 따라 차주와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나눠 갖지만, 손실이 나도 이를 분담해야 한다"면서 "이익을 나누는 것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제 충격이 발생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다면 정부 부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집값이 올라 서민 주거 안정을 해치면 집값을 안정화 시킬 정책을 짜야지 재정을 쏟아 붓겠다는 발상 자체가 반시장적"이라면서 "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집값 거품을 키웠는데 가계대출을 더 못늘리니 정부 재정을 투입해 집값을 부양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어떻게든 집값은 띄우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내리더라도 가계대출을 걸어 잠그면 부동산 시장의 회복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다"면서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부동산 시장을 부양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국내 정서상 거부감이 커 제도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다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주택에 대한 개념을 정부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을 소유하려는 열망이 큰 데다 단순한 지분 투자가 아닌 완전한 소유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집값이 오르는 것만 경험했기 때문에 투자 수익을 정부와 나눈다는 것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13년 8월 정부가 최초 도입한 공유형 모기지는 출시 당시엔 열기가 뜨거웠으나 금리가 내리고 주택시장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도입 3년 만에 이용자가 급감했다. 2018년에는 국토교통부가 신혼희망타운 공급 계획과 함께 '수익공유형 모기지' 도입 방침을 발표했지만 역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