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손보사들도 잇따라 가입 장벽을 낮추고 보험료 할인을 확대한 펫보험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펫보험을 둘러싼 여러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상품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제도가 조속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펫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 11개사의 보험 계약 건수 합계는 8만791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인 7만1896건 대비 22.3% 증가했다.
국내 반려동물 수가 799만마리임을 감안하면 전체 개체 수 대비 가입률은 1.1%다. 반려동물 가입률은 2020년 0.4%, 지난해에는 0.9%로 해마다 상승하고는 있으나 아직 가입률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많다.
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입률이 낮은 까닭은 우선적으로 소비자의 펫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꼽힌다. 내는 보험료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받는 혜택은 적다고 느껴서다. 펫보험은 사람이 가입하는 실손보험처럼 반려동물이 병원에 갔을 때 받을 수 있는 상해 및 질병과 관련된 의료비를 보장한다.
1~2만원의 자기부담금이 설정돼 있으며 보험료는 보험사별로 상이하나 월 납입액 3만원대에서 9만원까지 분포돼 있다. 보험료가 저렴하지 않지만 가입조건이 까다롭다는 게 소비자들의 입장이다. 현재 국내 펫보험은 개와 고양이만 가입이 가능하며 상품의 종류에 따라 하루 또는 1년에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상액이 정해져 있다. 또 만 8세 이상이거나 최근 3개월 이내에 병원 방문 기록이 있으면 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
실질적으로 노령견은 보험 가입이 안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반려동물의 수명은 늘어가는데 병원 이용이 잦아져 정작 보험이 필요해지는 때에는 보험에 들 수 없어서다. 이로 인해 보험 가입을 포기하고 적금을 드는 반려인들도 상당하다.
최근 이 같은 문제점들을 보완해 손보사들이 자기부담금을 아예 없애거나 보장 비율을 늘리고 가입 연령을 높이는 등 개선된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지만 아직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손보사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싶지만 동물의료 수가제가 폐지되면서 보험료 산출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없게 됐고 현재 동물병원비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보니 진료비를 추산하기 어려워 상품 설계를 보수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펫보험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표준의료수가 도입, 반려동물 등록률 제고 등 관련 제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도 펫보험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삼고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내달 중으로 펫보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개선안에는 반려동물 등록·진료항목 관련 인프라 개선, 수의업계와 보험업계의 제휴 등에 기반한 협력체계 구축 등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과 관련된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보험사들도 손해율 관리가 용이해지면서 소비자 니즈를 반영하고 합리적인 보험료를 책정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면 펫보험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레 개선되면서 가입률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